골프는 이제 대중 스포츠화 되고는 있지만 나에게는 조금 먼 운동이었다. 어려서부터 우리집은 가난한 편이었고 골프는 아무래도 부자들의 운동이라는 선입견이 강했다. 학교를 옮기고 나서 같은 학교에서 다녔던 선배교사의 제안에 골프 동아리에 들어가게 되었다. 학교의 옥상에 간이 골프 연습장을 설치해놓고 골프를 배우는 것이었다. 골프 연습장에 직접 가는 것보다 저렴한 비용에 골프를 배울수 있었기에 나도 도전을 해 보았다. 사실 골프에 참여하는 인원수가 많다보니까 나도 그들과 어울리려면 빠지기는 조금 그런 상황이었다.
생전 처음 잡아보는 골프채. 그리고 스윙까지. 처음에는 어색 하기만 했다. 그리고 일주일에 많아야 두 번, 그리고 보통은 한번 두시간정도의 골프 연습으로는 쉽사리 골프 실력이 늘지 않았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골프에는 도전하였다. 사실 골프를 잘 치고 못치고를 떠나 같은 동아리에 들어가 골프를 연습한다 는게 중요했다.
한달 정도가 지났을까. 스크린 골프장에 가기로 했다. 스크린 골프를 처음 경험 하는 것이지만 어떤 것인지 조금은 궁금했다. 가보니 의외로 안은 깨끗하고 넓게 꾸며져 있었다. 화면에 김프로, 이프로, 조프로처럼 프로라고 나오는게 재미있었다. 스크린을 이용해서 하는 것이지만 실제로 골프를 치는 것처럼 생생했다. 많이 경험한 사람에게는 익숙할테지만 처음하는 나는 재미있었다. 샷과 스윙을 하기도 했고 퍼팅을 하기도 했다. 이 때는 퍼팅이 쉬워 보였지만 나중에는 퍼팅도 쉽지 않음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스크린 골프 첫경험도 끝났다. 나로서는 새로운 경험이었기에 참여하는데만 의미를 두기로 했다. 버디는 잡아보지도 못하고 파 한번을 기록하고 마무리했다. 사실 골프 스코어를 세는 법은 아직도 잘 모른다. 모임 회원끼리 맛있는 저녁을 먹고 다음을 기약했다.
그리고 한 두달 정도 학교 옥상에서 연습하다가 바로 필드에 나가게 되었다. 처음 나가는 필드 그리고 겨우 골프채를 공에 맞추는 정도의 실력으로 도전했기에 조금은 무리수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예상대로 실전 골프장에서의 골프는 결코 쉬운게 아니었다. 연습장에서는 잘 맞았던 공이 아예 맞지 않았으며 비거리를 걱정하기보다 공을 맞추는 것을 걱정해야 했다. 학교 생활에 지쳐 있어 체력이 떨어져 있었는지 골프장 코스를 걸어다니는 것도 힘들었다. 하지만 긍정적인 것은 있었다. 잘 갖춰진 잔디 밭에서 걸어다니는 것은 운동도 되고 좋은 공기도 마시고 마음이 힐링 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맞지 않는 공과 계속 되는 퍼팅 실패 등 처음 나간 골프장에서 나는 단단히 신고식을 치렀다. 역시 조금 일찍 왔었고 좀 더 연습해서 도전했어야 했을 것이다.
그렇게 필드경험이 끝나고 나서 나는 골프 연습과 스크린만 나가고 필드에는 나가지 않았다.
그리고 다음해가 되었는데 문제의 코로나가 터졌다. 학교에서의 연습도 사라졌고, 학교의 동아리도 사라지면서 나의 골프 생활도 종말을 기하게 되었다. 내가 경험했던 것은 정말 맛보기 형식의 골프였다. 하지만 그 맛보기만으로도 나는 많은 것을 느꼈다. 골프는 정신 스포츠라고 하는데 육체와 정신이 결합되어야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것도 알았다.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고 또한 개별적인 운동이라는 생각이 들어 골프는 좋은 스포츠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옛날의 박세리 에서부터 신지애 , 박인비까지 한국인의 위상을 뒤높였던 골프가 여러 사람이 즐길수 있어서 국민 스포츠가 되었으면 좋겠다. 사실 나는 아직까지도 골프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남아 있는데 혹시 나와 같은 사람들은 골프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재미있게 즐길수 있는 스포츠로 받아들여 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