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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희전 Feb 02. 2022

술에 대해서

 

 나는 술을 잘 먹지 않는다. 회식자리나 어쩔수 없는 자리에서 한두잔 하는 수준이다. 술에대한 기억을 어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자면 초등학생 무렵 부모님이 주신 맥주를 약간 마신 것이 다인 것 같다. 그때의 기억은 조금얼굴이 화 하는 더운 기운이 뻗치면서 몸이 따듯해지는 기분이었다. 

 조금 논다는 아이들은 중고등학교떄부터 술을 마신다고 하고 실제로 그렇게 하지만 모범생이었던 나는 술을 마시지 않았다. 애초에 그럴 자리에 끼지도 않았고 낄 필요도 없었으니까. 

대학에 막 들어가서 느낀점은 온통 술먹자 라는 분위기였다. 왜 술을 마셔야 하는지 그리고 왜 술을 마시는지에 대한 의문을 고민할 시간도 없었다. 그냥 엠티가면 술을 한가득 사가지고 가서  술먹고 죽자, 학교 수업 마치면 술집가서 술먹고 어울리며 놀자라는 분위기가 있었다.

 아이러니 한 것은 임용고시를 마치고 직장을 들어가서도 여전히 술에 빠져있는 그리고 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그들은 인생은 술이라는 일종의 최면에 취해 있는 것 같았다. 술로 현실을 잊어 버리는 식의 삶 말이다. 나도 그들의 영향을 받아 퇴근후에는 저녁때마다 맥주를 한캔 하거나 막거리를 마시기 시작했다. 묘하게도 기분이 좋았다. 그렇게 하루 하루를 때워 가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나는 그 당시 내가 밑바닥에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군대를 다녀온 뒤 나는 술을 거의 마시지 않는다.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혹은 인생에서 술이 중요하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글이 거슬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술은 마시지 않아도 상관없다. 사회 생활을 하면서 조금씩 할 수는 있겠지만 적극적으로 찾을 필요는 없다. 나도 술을 마셔서 술맛을 안다. 달콤한 위스키 같은 것을 먹으면 맛나고 기분도 가는게 엄청 좋다. 하지만 난 참고 있다. 무슨 종교적 신념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한편 술이 인생에 유익하다는 시선도 있다. 처칠도 술을 즐겨 먹었다. 술은 기호품으로 즐기면 그만이다.  하물며 도원결의도 술잔을 건네면서 이루어지지 않았는가. 인간적 유대를 원활하게 하는 역할을 술이 한다면 우리가 술을 피할 필요가 무엇이겠는가. 그리고 삶에서 가장 중요한게 사람들간의 관계인데 이것이 술에 의해 좌우된다면 사람들이 술을 좋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겠는가. 요즘의 대학가가 어떤 분위기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자신만 생각하며 공부하는 사람들이 큰사람이 될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들은 옛날 술판이었던 선배들을 비난할지는 모르지만, 사람들이 살아가는데 그리고 일하는데도 마찬가지로 가장 중요한 것이 인간적인 유대와 정서젹 교감을 찾는 것이라면, 그리고 술을 마시는 것이 그런 노력의 일종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면 단지 술을 마시는 것을 비판할 수는 없을 것이다. 

 물론 술의 폐해는 널리 알려져 있다. 일단 건강에도 좋지 않고, 술대접과 술문화로 얼룩진 과거의 사회생활은 분명 후진적인 사회 시스템이다. 

 나의 술에 대한 철학은 이렇다. 술은 기쁠 때 마시자. 어떤 일의 기쁨을 나타낼 때 술을 나눌수 있다면 그보다 더좋은 술맛이 있을까. 그리고 성공을 위해 오랜 기다림 끝에 그것을 달성할수 있다면 그리고 나를 둘러싼 주위 사람들과 어울려 술을 나눠 마실수 있다면 그 즐거움은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술은 또한 고독의 상징이기도 하다. 홀로 술을 마시는 사람도 많다. 그들을 알코올 중독이 되고 인생을 패배하는 삶을 살수도 있겠으나. 그런 인생을 망치는 술에서 벗어나. 자신의 일에 집중하고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고 그 기쁨의 결과물이 나올 때 술을 마시기로 자신과 약속한다면 그런 사람들조차 충분히 성공하고 술을 멋지게 즐길수 있는 사람이 될거라 의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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