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더 R Mar 07. 2022

워킹맘이 학부모가 된다는 것

초등학교 1학년 된 지 만 이틀

오늘은 새벽 2시에 눈이 반짝 떠졌다.

그리고 다시 잠들지 못했다.

할 일이 많아서 마음의 짐을 좀 덜고자


초등학교 부모가 된다는 것은 생각보다 피곤한 일이었다.

왜 초등학교 1학년 때 많은 워킹맘들이 #경력단절을 경험한다고 하는지 깊은 깨달음이 왔다.

다행히 나는 풀 #재택 중이라 이것들을 겨우겨우 소화해 나가고 있지만, 1호도 적응해야 하고 난 그를 적응 켜야만 하고 이른 등교시간과 복잡한 1호의 스케줄에 나도 적응해야 했다.

성실한 학교 문자 알림은 하루에도 여러 번 #징징 울려 됐다. 일하다가 확인하고 일하다가 놀라서 준비하고를 반복했다. 학교 보내고 겨우 이틀 됐을 뿐인데... #이렇게_피곤할_일이야


지난주에 해프닝이 있었다. 등교 2일 차인 금요일, 1차 하교 버스를 타고 온다는 것은 알았는데 등교 첫 주 스케줄을 감안하지 못하고 3시 반쯤 도착하는 것으로 착각했던 것이다.

재택근무 중 유일하게 자유로운 점심시간을 활용해 구매하지 못한 1호의 준비물을 사러 2마트에 갔었다.

1호 혼자만 정류장에 부모가 나오지 않아 덩그러니 혼자 있었다고 같은 학교친구 소이 아버님이 전화해서 알려주셨다.

심지어 정말 감사하게도 1호와 놀아주고 계셨다. 1호는 연습한 대로 내 전화번호를 외우고 있었고 그래서 다행히 연락이 닿을 수 있었다. 혼자 있었을 아이에게 너무 미안했는데 다급히 주차를 마치고 놀이터로 헐레벌떡 뛰어올라갔더니 생각보다 아이는 침착하게 잘 놀고 있었다. 안도감이 들면서 앞으로가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이번 주 일요일에는 1호가 그토록 애달파 가고 싶어 하던 첫 축구교실 수업이 있었다.

3개월 정도만 취미반에 다녔다가  아이 스케줄에 맞춰 겨우 선수반에 끼워 넣었으니 이 녀석도 실력 차이가 느껴졌나 보다.  

집에 돌아온 아이에게 '오늘 어땠어?' 묻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엄마, 나 축구교실 오늘만 나가고 안 갈래'라고 귀가 빨개진 채 조그만 목소리로 수줍게 말했다.

'왜? 네가 잘 못하는 것 같아? 1호 네가 너무 가고 싶다고 해서 엄마가 벌써 한 달치 수강료를 지불했는데

몇 달을 쉬었는데 못하는 건 당연한 거야. 엄마가 이미 낸 수강료도 있고 1호를 위해 축구 유니폼도 제작했으니까 우리 딱 한 달만 더 다녀보고 다시 얘기해볼까? 그때도 싫다면 엄마도 더하라고 강요하지 않을게'

그랬더니 힘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사실 이 녀석 승부욕이 굉장한 녀석이다. 알고는 있었지만 역시 그랬다. 인정하기 싫지만 날 닮았다.

1등까진 아니라도 자기가 짐작해 봤을 때 상위권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시도 자체를 하려고 하지 않는다.

미술이 그랬다. 특히 그림 그리는 것에 소극적이었다. 그 누구도 못한다고 한적 없었지만 #자기 검열을 하고 있는 듯 보였다.

어린이집에 여자아이들이 더 잘 그린다던지 혹은 절친 민준이가 그림을 잘 그린다는 말을 하며

'엄마 난 잘 못 그리니까 엄마가 그려줘' 하며 늘 내게 스케치북을 쑥 내밀었다.

축구도 그러하구나.

남편이 찍어온 축구 동영상을 보니 역시 즐기지 못하고 있었다.

그냥 친구가 좋아서 친구들이 축구교실이 재밌다 하니까 가고 싶다고 졸랐던 모양이다.


그래, 한 달치 냈으니까 딱 3번만 더 가자. 엄마도 사실 매주 쉬고 싶은 일요일에 너 라이딩하는 거 진짜 자신 없고 싫었어. 차라리 잘됐다.


하지만 이번 일은 나에게 1호를 앞으로 어떻게 리딩 해야 하는지 #아들 사용 가이드 가 돼주었다.

1호가 학교에서 뒤처지는 느낌이 들지 않도록 예복습을 해가며 따라가지 않으면 이 녀석은 #승부욕을 잃고 시도 자체를 안 하게 될 거란 사실 말이다.

'아들, 너 처음 산수 했을 때 기억나? 그때 잘 못했잖아' 그러니

'아니야 난 처음부터 잘했어' 그런다. 휴, 이 휘발성 강한 기억력이란!

'아냐, 산수 문제 하나 틀리면 울고, 괴로워했었는데 꾸준히 하니까 이제 잘하게 된 거잖아 축구도 그렇게 될 거야. 일단 딱 한 달만 해보자.'


에효...

정말,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작년 한해 #재택근무한다고 해도 이래저래 바빴고, 집에 하루 종일 아이와 붙어있는 엄마들과 비교했을 때 10% 정도밖에 지원하지 못했다.

하지만 나의 열심력과 불안도가 심한 증상을 따져봤을 때 집에만 있었다면 백 프로 아이의 필요보다 나의 필요로 애를 굴렸겠단 생각이 든다.

영육이 고된 하루하루였지만 그래도 곁에 있을 수 있어 남은 나의 에너지를 짜내 어린이집 친구 엄마들과 얼굴을 트면서 함께 #축구교실을 3개월 다닐 수 있었던 것, 그리고 5세 때부터 노래를 부르던 태권도를 시작하게 된 것 다 감사하다. 별거아닌 것 처럼 보이지만 그 작은 시도마다 일하면서 내가 '해낼 수 있을까?' 라며 겁이 났었고 작은 용기가 필요했다. 


난 워킹맘이니까 무조건 안돼라며 시도조차 하지 못했는데 그걸 필립이 절친 삼둥이네 '민준이 엄마'가 늘 가능하게 독려해주셨다. 그녀는 삼둥이를 키우니 여유가 넘쳤고, 질투도 없었고 #육아휴직 중이라 나의 상황을 잘 이해해주시고 배려를 해주셨다.

민준이 따라 미술학원에 등록해 원 없이 #포켓몬스터들을 만들어봤던 것 그래서 결국 #그리기 특강 도 수강하면서 이젠 더 이상 '엄마 그려줘' 란 말을 하지 않게 됐다. 큼지막하게 얼굴과 몸통을 슥슥 스케치북에 그려낼 때 이 아이가 그동안 미술학원을 통해 얻은 것은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구나 싶다.

모두 물 흐르듯 좋은 인연 덕에 시작하게 된 것이었지만 필요한 아이의 때를 놓치지 않고 좋은 자극을 주게 된 것 같아. 참 감사하다.


이제 새롭게 들어간 #초등학교 스케줄에 맞춰 미술학원을 관뒀다.

미술학원을 관두는 걸 아쉬워했지만 결사반대까지는 안 하는 걸 보니 엄청 즐기지는 않았구나 다행이다 싶었다. 그런데 그 대신 #축구교실을 꼭 하고 싶다고 해서 등록했는데 이건 한 달간 지켜봐야 할 아이와 나의 숙제가 됐다. 

평일 매일 가는 #태권도는 무리한 일정이라 관두게 하고 싶었으나 동네친구들을 만나는 장소기도 하고 민준이 따라 #국기원 에 꼭 가고 싶다는 1호의 소망에 따라 일단 이 아이가 소화 가능할 때까지 지켜보기로 했다.


작년 한해를 돌아보며 육아에 대해 배운 게 있다면

1. 아이 곁에는 엄마가 필요하다. 물론 아빠도... 필요하다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그가 맡은 역할이 분명히 있다.)

2. 엄마는 아이의 필요에 민감해져야 한다.

3. 아이는 자신의 필요를 다 표현해 내지 못하므로 친구 엄마들과 친분을 두고 간접적인 얘기에 귀 기울여 봐야 한다.

4. 학원은 무조건 나쁘다며 보내지 않는 것이 답이 아니었다. 할 수 있다면 아이의 요청에 따라 이것저것 시도를 해보면 분명 좋은 자극이 돼주었다.

특히 유치원이 아닌 7세까지 어린이집에만 다닐 경우 자극이 부족할 수 있다.

6. 워킹맘일 경우 하루 종일 #어린이집 에 맡겼다가 퇴근 무렵 데리고 올 경우가 많은데 머리가 점점 커질수록 활동반경이 커지고 여러 자극을 원하므로 어린이집까지 픽업해주고 집에 데려다주는 태권도 또는 학원을 찾아 등록하면 아이도 좋고 나도 #육아의힘 을 약간 뺄 수 있어 좋다.

7. 매달 나가는 학원비로 아이 계좌에 #주식을 사줄 수 있다면 훨씬 남는 것이라 너무 #외골수 적으로 판단했는데 주식은 주식대로 하고

아이의 시간은 돌아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그것은 사야 할 주식의 매수 타임 매도 타임과 같다. 늘 잔잔하게 흐르고 있어, 이미 지나버렸는지도 인식하지 못할 뿐, 학원을 쇼핑하듯 남용하면 안 되겠지만 필요한 시점에 필요한 자극은 아이가 자라고 있는 어항을 한 사이즈 크게 바꾸는 역할을 하더라.


그나저나 오늘 축구교실에 절친 민준이가 보이지 않아 #깨똑 을 보냈더니 아버님이 #코로나 에 걸렸다고 했다. 삼둥이와 함께 7일간 격리라니 아! 상상만 해도 어지럽다. 집에 #상비약으로 챙겨뒀던 #광동제약 #원탕 한 박스와 냉장고에 넣어둔 #딸기 한 팩을 두고 조용히 현관문 앞에 내려두고 왔다. 고마운 분께 그분이 필요할 때 꼭 그 고마움을 돌려드려야지

작가의 이전글 재택근무의 발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