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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더 R Dec 20. 2020

큐레이션

#큐레이터

#큐레이션 : 다른 사람이 만들어놓은 콘텐츠를 목적에 따라 분류하고 배포하는 일을 뜻하는 말이다. 콘텐츠가 많아질수록 선별된 양질의 정보에 대한 수요가 커지며 큐레이션은 이런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것


큐레이션과 비슷한 단어였던 큐레이터, 대학생 때 미술전 공인 친구를 만나 처음 들어봤다. 공대생인 나와는 전혀 상관없을 것 만 같았던 큐레이터였는데... 2010년 애플이 보급된 이후 온라인 시장이 점점 커져가면서 나도 그와 비슷한 #큐레이터 가 되었다.   


온라인 마케팅에서 큐레이션은 건조한 기계가 아닌 사람 냄새나는 검색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콘텐츠 과잉의 시대에 꼭 필요한 존재가 되었고, 또 그 역할을 하는 새로운 '큐레이터'의 필요성이 높아졌다.

[큐레이션 정보 과잉 시대의 돌파구] 중에서 발췌


2년 전 이커머스 부문의 신규 팀인 모바일 편성팀이 꾸려졌다. 크게 보면 3개 셀로 구성됐는데, e홈쇼핑 셀, 인터넷 부문_큐레이션 셀 , 메인 담당 및 분석 셀이었다. 난 애석하게도 가장 애매했던 셀인 큐레이션을 담당하게 됐다. 1,2분기 내내 얼마나 큐레이션이 중요한 지를 설명했던 팀장도, 상무님도 이 회사 구조 안에서 어떻게 잘 그것을 해낼지에 대한 답을 몰랐다. 질문을 해도 빙빙 둘러둘러 얘기할 뿐 그저 중요하니까 열심히 해보란 말이었다. 셀의 구성원들은 이미 불 보듯 뻔한 결과를 짐작하고 있었지만 주차 별로 테마를 짜 공을 들여 매대를 꾸몄다. 하지만 온종일 시간을 들여 꾸며봐도, 메인 노출 상품의 1일 평균 매출은 100만 원 남짓, 상품별로는 10만 원대 정도였다. 홈쇼핑 기획 코너 1~2간으로 평균 5억씩 팔아재끼는 걸 지켜본 담당자로선 정말 기운 빠지는 퍼포먼스였다. 그 숫자로는 그 누구도 설득시킬 수 없었다. 결국 1분기 제일 중요한 KPI였던 큐레이션은 3분기 말, 삭제처리됐다. 대표가 분명 중요하다고 해서 시작된 것인데 '이건 내가 원하는 게 아냐'라고 단호하게 선을 그었기 때문이다. 상명하달식 업무구조여서 감히 입 밖으로 내지 못했는데 한편으로 더 이상 #삽질을 안 해도 되는구나 안도했고 한편으로는 거진 2분기를 애태우며 공들였던 시간이 아깝고 속상했다.

 C사는 홈쇼핑 분야에선 업계 1위였지만 백화점 팀이 해체되고 난 19년 4월 이후로 실상 큐레이션을 할 만한 상품이 별로 없었다.

 큐레이션의 원래 의미대로 콘텐츠가 많아야 큐레이션이 힘을 발휘하게 되는데 콘텐츠가 적으니 테마를 다양하게 만들고, 예쁘게 자리를 깔아놔도 놓을 상품이 없었다. 예를 들어 50~60대가 메인 타깃인 C사는 핼러윈 테마로 팔 상품을 온라인 매대에 올리는 것조차 머리를 쥐어짜며 한다한들 충성고객은 관심이 없었고, 다양한 상품이 없어 핼러윈 코어 타깃도 일부러 그 상품을 사기 위해 들어올 수 없었다. 심지어 로켓으로 배송을 쏘아 올리는 경쟁사들 덕에, 2~3일에서 많게는 7일이 걸리는 C사는 고객 입장에서 매력이 점점 떨어지기 시작했다.    


결국 C사도, 여타 새벽 배송을 공격적으로 할 수 없는 전통 온라인 몰들은 (롯데, 현대, GS, 신세계, 11번가) 원래 잘 팔렸던 주력상품들을 앞세워 10%~15% 적립금 , 카드사 청구할인에 기대 하루하루 목표를 겨우 해내고 있다. 늘 새로운 시도라며 신규 상품 소싱, 발굴 , 개발을 한다지만 인프라 없이 IT 기술력 없이 달라진 고객의 마음을 되돌리기 힘들어졌다. 1996년 인터파크, 롯데닷컴이 처음 이커머스 마켓을 연 이후로 20여 년이 흘렀다. 아직도 온라인에 서툰 협력사들은 여전하지만 그들도 빠꼼이가 다 됐다. 여러 온라인몰에 입점해 판매 속도를 비교해보면서 영업사원의 거짓부렁도 다 소용없어졌다. 그들이 전통 온라인몰에서 여전히 빠지지 않는 연유는 아무래도 그 몰들과 함께 나이가 든 고객층이 있고 , 프로모션 비용을 더 적극적으로 지원받을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매해, 그런 비용을 줄이고 상품력을 갖추는 것이 핵심이라고 해도, 그 상품력을 뒷받침해줄 협력사들은 이미 1등이 누구인지를 알고 있다.


그래서 이커머스 1등은 프로모션 비용을 전혀 쓰지 않는다.  심지어 off-site마케팅도 거의 지원하지 않는다.

2018년 c사에서는 그렇게 힘들었던 큐레이션을 이커머스 1등인 플랫폼으로 이직하자마자마 신나게 할 수 있었다. 가격은 시스템이 자동으로 비교해줘서 가장 싼 가격으로 계속 바꿔주었고, 밤 11시 이후에 주문해도 새벽까지 배송을 해주니 프로모션이 없어도 고객은 지갑을 쉽게 열었다. C사의 하루 매출은 내가 연 큐레이션 기획전 매출과 먹었다. 그래서 사실 밤새도록 일해도 기분 좋은 의미가 되었다.


가장 비교가 많이 됐던 행사는 핼러윈이었다. C사에서는  그 테마는 그저 껍데기, 지나가는 이슈일 뿐이었다. 그런 경험 탓에 별 기대 없이 시작한 행사였는데 1시간에 한 번씩 품절된 상품을 갈아치워야 할 만큼 인기리에 진행됐다. 메인 타깃이 아무리 30~40대라 하더라도 코스튬이 완판 될 줄은 몰랐다. 코로나 상황이라 전년보다 덜 흥행하겠지 했는데 오히려 홈파티를 열면서 주문이 늘었다. 총 14일 행사기간 중 10일째 되는 날 준비된 핼러윈 대표상품들을 다 팔아 치웠다.  


그럼 어떻게 하면 좀 더 사람 냄새나는 큐레이션을 할 수 있을까?

마케터마다 다르겠지만 난 아래와 같은 순서로 진행한다.

1. 전년 행사 데이터 분석 결과를 참고한다. (베스트셀링 아이템, 전체 매출 규모, 객단가, 유입...)

2. '핀터레스트'에 들어가 열고 싶은 테마를 검색해서 여러 가지 이미지를 참고한다.

3. 네이버 급상승 검색 결과 현재, 과거 같은 시기를 검색한다.

4. SQL 등 쿼리를 이용하여 최근 2주간 자사몰에서 고객이 많이 찾는 상품을 카테고리별로 뽑아본다.

5. 1~4번을 통해 기획안을 작성하고 영업 관계자들을 모아 브레인스토밍 회의를 진행한다. (아이데이션과 소싱 현실은 다를 수 있기때문)

6. 카피는 4살짜리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단순하고 직관적으로 작성한다.

#행사 타이틀과 대표 상품은 2개까지는 최대한 원스 크롤 영역에 나올 수 있게 디자이너와 협의한다.  


난 오늘도 #핀터레스트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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