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하루의 시 27화

담쟁이

오로지 걸어갈 나 하나로

by 현정아


태양은 거리를 삼켰다


지독히도 이글거리던 태양

번지르르하던 껍질마저

타들어 간 자리마다

시끌 대던 매미만

다닥다닥 붙어 이긴다


그늘의 소리를 듣는다


그늘에 서면

태양은 멀리 있다

숨 가쁜 마디 따라

길게 그림자를 켜켜이

그림자 안의 나는 바람


벽을 따라 오른다


시멘트 담장 따라

가까스로 오를 무게는

갈수록 겹겹이

갈수록 무거운


짓눌림을 따라온

기운마다 취해간 것은

태양의 빛을 한껏 담가

온순해질 대로 온순해질

바람의 인내를 안아가는 것


그만 나도 담쟁이가 되었


빛의 뜨거움과

바람의 언덕을 지녀

퍼져 오를 자리마다

타닥타닥 쉬어가며




여름의 뙤약볕은 있는 대로 독이 올라 거리를 삼켰어요. 뜨거워질 대로 뜨거워진 공기 층이 숨 가쁜 거리에 수도 없이 떠다녀요. 여름의 기운은 한참을 거기 그냥 서 있어요. 매어진 삶마다 여름의 열정은 반복되기에 어서 행동하고 어서 움직이라 부추기더군요. 번지르르하던 나무 언저리에 다닥다닥 붙은 매미가 귀청을 울려요. 가장 시끄러운 여름 안의 가장 큰 발악을 마지막까지 쏟아 낼

또 다른 열정이에요.


담벼락에 길게 늘어선 담쟁이를 보았어요. 언제부터 자라고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 모를 무성한 낯들을 보는 것으로도 신기한 일이었지요. 작은 손으로 켜켜이 쌓아낸 온순한 뿌리는 태양을 따라가지만 자신만의 길이 있어요.


바탕이 있으면 어디서든 살아남아요. 담벼락이든 나무든, 바위 언저리든 바탕이 있으면 어디서든 이겨 살아요. 초록의 무성함이지만 그 안에 그 안에 태양과 비와 바람이 있어요.

작은 뿌리에 머금은 빗방울은 마디로 이어져 끝끝내 피어오를 이파리에 초록을 품어요. 태양이 나리 쬐는 유난히의 날들을 똑같이 삼켜요. 태양은 거리뿐 아니라 곳곳을 비추니까요. 그 모습을 보니 우리네 삶도 비슷하다고 느껴져요.


어디서, 언제부터 나오는지 모를 존재지만 바탕이 있기에 자라고 있지요. 어린 시절은 부모가 바탕이지만 자라가면서 책임은 점점 커지기에 어느 순간부터는 나 스스로가 바탕이 되어야 해요.

바탕이 무엇이든 버텨낼 힘의 원천을 만들어요. 뜨거운 태양을 부정하지 않고 쉬어갈 바람의 이야기를 만들어요. 빛을 품어 열정의 무게만큼 따라다니는 바람은 나를 어루만져요.

오르고 또 오를 인생에서도 멈춤이 필요해요.


잠시 서서 생각해 보아요. 작은 일들을 꾸준히 하는 것만으로도 나를 이길 힘을 만든다는 것을, 그 힘은 거창하지 않고 눈에 잘 보이지 않더라도 언젠가 나를 이룰 일들이 되어요. 그것이 삶에 대한 지긋한 사랑인가 봐요. 있는 대로 받아들여 내 것으로 소화해 가는 소신으로 가져갈 열정과 그늘이 되어 줄 바람을 품어가는 것으로요.

그것이면 된 것 같아요.


24.08월을 보내며 by 정아 쓰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