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을 마치고 빨래를 널러 베란다를 나갔어요. 시원한 거실의 에어컨 바람을 뚫고 문을 열고 나간 순간 숨이 턱 막히고 호흡은 거칠어져요. 8월의 햇살은 창을 따라 더해지고 더해져 온실 속보다 더한 열기로 나를 사로잡았지요. 너무 더워 부리나케 빨래를 널고 다시 거실로 들어가려는데 베란다 한쪽에 놓인 뱅갈 고무나무에 시선이 멈췄어요.
이글거리는 열기에도 뿌리까지 닿은 질긴 생명이 '빼꼼' 고개를 들고 나를 보고 있어요. 연한 연둣빛 아기 솜털 같은 고무나무 잎을 본 순간 생명의 경이로움을 느껴요. 이 더위에도 악착같이 살아내는 존재가 있다고 생각하니 안쓰러우면서도 대견하고 신비로운 일이라 느껴졌지요. 덥다, 힘들다 할 법도 한데 묵묵히 피운 잎맥을 따라 흐르는 수액의 소리가 나의 혈관과도 같아 눈시울이 붉어졌지요.
여전히 창을 따라온 햇볕은 뜨겁지만, 생명의 시작은 기어코 질기게 버티고 이어져 있는 것이 놀라워요. 연두가 초록이 될 때까지의 무수한 과정을 나는 완전히 알지 못해요. 다만 온갖 버팀으로 자란 무성함이 진초록의 마디를 단단히 하여 ‘누군가의 그늘로 열기를 식혀주고 있구나’ 생각했어요. 거기 서서 잎사귀를 살며시 쓰다듬어요.
연한 아기 손아귀 같은 흔들거림은 푸른빛이 가득해질 때까지의 열망과도 같아요. 생명의 씨앗이 퍼뜨린 자리마다 이어진 숱한 나날은 우리 삶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뿌리개에 물을 가득 떠다가 목을 축이게 해 주었어요. 흐르는 물꼬리 따라 탱탱해질 잎사귀로 되돌아올 순간은 뿌리로부터 이어진 보살핌 같아요. 그저 감동스러운 마음이 가득 올라와 나는 그 자리에 서서 하염없이 바라보고 또 바라보았어요.
우주에 놓인 아주 작은 생명을 우연히 마주하는 순간 마음속 커다란 기쁨이 내내 꿈틀거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