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절마다의 기억이 사랑이기에
시│현정아
일 년에 한 번 아이와 함께 남기는 추억이 있다
은행잎 아래 배시시 우리의 시절을 담는 것
한 해는 가고 담긴 시절은 그립고
커 가는 손과 발의 크기가
내 나이만큼 불어나 어느새,
너는 점점 아기 티를 벗는다
남겨진 사진에만 남는 지금
그대로의 너. 은행을 따라
웃어진 하늘이 그만 노랗다
한 컷의 사진으로도
나는 그만 행복해진다
푸르러진 하늘이 노랗기까지
너의 시간이 제법 쌓여가기에
우리의 시간이 노랗다, 서서히
고인 발목에 은행잎이 물들고
사랑이어라
이 계절, 너와 남기는 그 소란스러운 날들
기꺼이 기쁨일 수밖에 없는
노란 은행나무가 계절을 소란스럽게 흔들어 댈 때, 바람의 방향마저 온통 노랗게 되기에 나도 그렇게 물들 수밖에 없다.
사르르 넘나드는 여울은 바다만 가진 것이 아닌 나무의 숨.
숨이 온통 노랗게 되면 그 빛깔이 너무나 아름다워 그 기억을 붙잡아 두고 싶다.
그것을 남기고 싶어 아이 손을 잡고 매년 깉은 장소에서 사진을 찍는다.
한 해 한 해 거듭될수록 아이 손도 커지고 키도 부쩍 자랐다.
아주 꼬맹이 시절부터 함께 담아간 이맘때의 시선은 은행잎 사이로의 예쁜 추억이 된다.
한 뼘씩 자라나는 동안 추억이 노랗게 겹친다.
손을 꼭 쥐고 피어난 노란 은행잎을 묻지도 않고 마구 찍어댄다.
노란빛이 햇살에 부딪혀 소담스럽게 담긴다.
하루의 하루 안에 너와 지낸 시간이 있고, 너와 마주한 햇살과 감싸던 바람이 있고 가까이 퍼붓던 노란 웃음이 있다.
하루 중의 지금이 가장 좋은 시절이다.
그것은 사랑이어라.
시선을 따라가며 사진 한 장 남겨지는 게 내게 어떤 의미인지 잘 안다.
소란스럽게 채워지는 그 시간이 나는 참 뜻깊도록 좋다.
내년 이맘때의 우리는 또 어떤 모습으로 남겨지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