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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타너스, 너는 별

그대로 타는

by 현정아

플라타너스, 너는 별


시│현정아


운전하며 지나던 가로수길, 와이퍼 사이로

‘툭’ 떨어진 플라타너스 한 잎


그것은 내내

나의 시선을 피하지 않고

바람처럼 매달려 부딪다


잎은 여름만큼 가을이 되었다

시간의 경계를 떨어뜨려 무색해진 빛


너는 별

살아낸 흔적

긴 긴 태양을 마주한

밤의 크기만큼 겹치어진

세상이라는

그것은 별

빛을 이끌다

떨구어진 이파리 하나

가을이 탄다





흐린 토요일 날 운전하며 지나는 플라타너스 가로수길. 둥글게 마주 안아 겹겹이 쌓인 잎들이 어느새 갈색빛으로 물들어 바람처럼 흔들리고 있었다.


아무 생각 없이 지나던 차에 앞 유리 와이퍼 사이로 플라타너스 잎 하나가 ‘툭’ 떨어졌다. 가벼운 갈색의 빛. 가을 갈무리가 잎 전체를 어떻게 저리 곱게도 물들었을까.


여름이 붙어간 흔적 따라 가을이 조용히 머물러 간다. 바람처럼 흔들리던 빛깔이 내 시선을 두고두고 붙잡는다. 이내 플라타너스 잎이 별처럼 와닿는다.


너는 별이구나. 세상에 태어나 흔적이 되어 마지막까지 살아낸 너는 별이구나.


내가 미처 알지 못하던 사이에도, 아주 작은 움직임에도 생은 존재하고 있기에. 아주 가녀린 이파리 하나에 붙은 강하디 강한 숨을 생각하니 마음이 경건해진다. 바람 따라 흔들리는 빛깔을 흉내 낼 수는 없지만 바라볼 수 있다. 그것을 품은 눈은 지금 나의 시선. 내 마음이 훤히 내려다 보이는 시선이다.


너는 별. 그대로의 별. 언제고 이 땅에 살아낸 이야기가 그늘이 되고 퇴색되기까지의 삶을 절대로 기억하겠다. 가을이니까. 그렇게 잘 지나고 있으니까.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별이 되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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