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

지금에 이르러 봄은 다시

by 현정아

한파


시 / 현정아


지독한 날이다

지독이라는 문자가 가볍게 느껴질 만큼

체감온도를 넘어선 몹시도 추운 날이다

눈은 하얀 발치를 덮고 살얼음을 만든다

소중한 날들이 추위에 떠는 춤사위만큼 흔들리다

이 흔들림이 지나야 비로소 봄을 알게 된다

이 한파 안으로 기어 들어가

끈질긴 절정을 달해야만 피어난다

어떤 이는 이러한 차가움이 몹시도 두렵다

까마득한 어둠에 잠식된 하늘이다

다시는 못 볼 하늘을 누군가는 진정 그리워한다

미처 예상하지 못한 헤어짐이다

살아있다는 것은 추위를 안다는 것

이 한파가 지독히도 고마운 건

숨을 쉬고 있는 지금이

봄을 만나기 때문일 것이다




지인이 전한 소식에 깜짝 놀랐다. 내가 모르는 사람의 일이지만 모르는 사람이 일로 인해 가슴이 아팠다. 아직 40대의 청춘이건만 눈을 뜨지 못하고 있다는 소식은 가족들의 보금자리를 이미 헤집어 놓은 채 한 겨울의 한파가 들이닥친 것처럼 시리고 아프기만 하다. 며칠 날을 새고도 부족하기만 한 슬픔 앞에 촛불은 점점 희미해진다. 저무는 촛불이 꺼질세라 눈물로 지새우고도 마르지 않을 가장 아픈 겨울이 깊어간다.


슬픔을 예상하지 못한다는 것, 생겨서는 안 될 일이 이미 생겨버린 것, 준비할 시간조차 없이 떠나보내야 하는 일, 보내야 하지만 마음으로는 보낼 수 없는 일, 인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죄책감, 당연의 언어가 어쩌면 후회로 남을 말들 안에서 가장 혹독한 겨울이 한파처럼 온다.


겨울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봄은 흐르고 누군가의 숨이 보태어져 생명은 다시 시작되겠지. 누군가의 한 줌 흙이 또 누군가의 삶을 다시 꽃 피우게 되니 결국 삶은 마지막에 이르러 자연의 순리를 따라가게 되는 것. 지금의 겨울이 한파처럼 닥치고 나서야 그것을 거머쥔 우리는 또 그렇게 따뜻한 숨을 쉬며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누군가는 아무리 불러도 지금의 한파를 느낄 수 없고 누군가는 입김에 닿은 공기마저 차가워 연신 옷을 여미게 됨을 느끼니 지금에 이르러 어느 쪽이 더 행복한 것일까. 숨을 쉬고 추위를 느낄 수 있고 따뜻함을 찾아갈 수 있는 지금이 가장 행복한 순간이 되지 않을까. 누군가의 아픔에 심심한 위로를 겨울의 눈물만큼 조심스럽게 전한다. 다시 올 봄이 조금은 따뜻하기를.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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