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월

해와 달이 나누는 이야기

by 현정아

일월


시│현정아


해와 달이 시작되는 달

무언가를 빌게 되는 달

누군가가 그리워지는 달

마음껏 사랑하게 되는 달

어둑하면서도 따뜻한 달


그러니 바람에 이는 쓸쓸함도

그러니 눈 내리는 곳곳이 더욱 포근해

그러니 몹시도 소중해지는 날로

그러니 서서히 열어지는 마음

그러니 시리도록 가까워질 수밖에




하얀 눈발이 바람에 흩날린다. 바람 소리가 심상치 않다. 새해가 시작되고 열흘 남짓 지나는 동안 하루하루 시간이 닿아 있던 자리가 빠르게 사라지는 느낌이다. 창가에 서서 눈발이 날리는 풍경을 하염없이 바라본다. 햇살은 바람에 밀려와 나무마다 자리를 잡는다.


시간은 흔들리는 바람처럼 내가 어찌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로 인해 내가 어찌할 수 있는 과정을 만들어 가기도 한다. 햇살이 포근히 감싸는 것처럼 오늘이라는 시간은 나에게 주어진 몫이다. 어떤 마음으로 하루를 보낼지에 대한. 바람처럼 흔들리는 것은 어찌할 수 없지만 그 안에 따스함은 내가 잡아갈 수 있다.


지금이라는 시간은 지난날로부터 축적된 인내와 사랑의 합이다. 마음가짐이 닿은 언저리에 피어난 꽃의 향기는 나만이 피워내고 풍겨낼 수 있다. 과정이 시리도록 아파야 피어나는 꽃잎은 봄이라서 피는 것이 아니라 겨울을 제대로 견디었기 때문에 피어난다.


해와 달이 시작되는 일월이 소중한 까닭도 그러하다. 첫해의 시작임과 동시에 내가 이루어갈 새해 소망을 가득 담은 달이기 때문이다. 한 해를 견디어 무사히 마무리한 나를 위로하고 앞으로의 나를, 누군가를 조용히 축복해 주는 달이기 때문이다.


겨울이 시련이라면 봄은 희망과 행복이다. 하지만 둘은 떨어질 수 없다. 겨울이 봄과 이어지듯 시련도 행복과 함께 이어진다. 그래서 겨울이 꼭 시련만 있는 게 아니다. 가장 추운 나날이지만 어느 시기보다 희망찬 달이다. 어느 계절보다 단단하고 어느 시기보다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다.


1월이 천천히 지나고 있다. 다음 달을 맞기 위한 시간이 다가온다. 나라는 꽃을 피우기 위해 가장 사랑스러운 겨울이 흐른다. 그 안에서 우리는 겨울처럼, 봄처럼 마음껏 살아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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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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