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기다림
꽃잎
시/현정아
가녀린 꽃눈과 눈을 마주쳤다
긴 겨울의 시림이 엉겨 붙은 뿌리마다
봄빛이 맺혀 고스란히 녹여낸 따스함
줄기로, 가지 끝으로 소복이 나린
망울망울, 꽃망울
이렇게나 기특하다니
말없이 보낸 세월만큼
다시 올 봄이라지만
날마다의 시절을 견딘
그 마음이 눈에 뜨인다
그래, 가장 작은 숨에도
가장 큰 기적이 이렇게나
살아있구나,
새롭다
꽃잎이 웅크린 꽃눈 사이로
봄빛이 노랗게 녹아내린다
나도 꽃잎이 되리라
성큼 돋아나는 봄은 알게 모르게 분주히 움직인다. 누가 뭐라 하건 자연스럽게 시작될 일들에 자연은 눈치를 보지 않는다. 거스르지 않을 섭리는 이 땅에서부터 시작된다.
벌써 땅을 다지는 사람들. 봄 빛깔을 마주한 일들 앞에 겨울을 뒤집어 살짝 덮어둔다. 파란 순을 심어 가고 흙은 보드라워진다. 안 땅을 녹인 햇살이 노랗게 비추니 흙냄새가 살며시 밀려들어 온다.
땅으로부터 올려진 겨울의 기운이 봄과 만나 나무도 서서히 깨어난다. 꽃잎을 오므린 꽃순이 얼마나 기특한지 모른다. 긴 겨울을 품었기에 소중한 마음, 결마다 매만져진 자리에 용케 돋아나는 봄이다. 그래서 기특한 마음이 드는 것이다. 올해도 나는 기특한 봄을 이렇게 또 맞이하는구나!
이 시간이 얼마나 이로운지 모른다. 봄은 온통 우리에게 주어진 새로움이라는 마음을 기억하게 한다. 작고 소중한 새로움은 매일 시작되는 반복적 인내 앞에 '다시'라는 희망을 노래하게 한다.
꽃잎처럼, 봄처럼 가장 가까이의 시간을 살며시 두드려 소중한 날들로 물들이리라. 어느 때보다 봄을 잘 만나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