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회사에서 일하면 정말 다양한 브랜드와 협업하게 된다. 하나의 산업군, 하나의 브랜드를 전담하기보다는 짧게는 3개월, 길게는 6개월 정도 캠페인 단위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때문에 통상 1년에 2~3개의 브랜드와 함께 일하게 된다. 나의 경우, 작년에 2개의 뷰티 브랜드, 1개의 식음료 브랜드, 1개의 펫케어 브랜드의 광고 캠페인을 진행했었고 올해는 IT 브랜드의 캠페인을 진행했다. 제안까지만 참여한 프로젝트까지 생각하면 F&B, 카드사, 기업CSR, 스타트업 브랜드까지 정말 다양한 산업군의 브랜드를 경험했던 것 같다.
하지만 다양한 산업군의 브랜드와 일하며 두 가지 어려움을 느꼈다.(1) 매번새로운브랜드를학습해야하는것 (2) 브랜드마다다른시장, 타겟을공부해야하는것이었다.
후자는 그래도 어렵지만 재미있는 영역이었다. 나, 그리고 내 옆에 있는 사람들이 곧 타겟이고 그들의 라이프스타일과 관심사, 트렌드에 대해 찾아보는 것이니까. 항상 내가 늘 힘들다고 생각했던 것은 전자였다. 뷰티 브랜드를 조금 알아간다고 느낄때쯤 카드사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한달 정도 카드 브랜드를 파다가 그 다음달엔 IT 브랜드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고... 광고 회사의 프로젝트성 업무 방식이 너무 힘들게 느껴졌다. 대리가 된지 2년차, 조금씩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은, ’광고’가 아닐지도 몰라
마케팅의 많은 영역 중 광고 영역의 스페셜리스트가 되기 위해 광고회사에 입사한다. 우리 회사에 하루 종일 광고 컨텐츠를 보는 것이 취미인 동료도 있고, 새로운 광고를 찾아 주위에 공유하는 것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동료도 있다. 광고천재/광고바보 등의 별명을 가진 광고인들도 흔히 찾아볼 수 있다. 광고제에서 수상하는 것이 커리어의 가장 큰 목표인 동료도 있다. 즉많은광고인들에게광고그자체가동기부여이고, 즐거움인 것이다.
하지만 나에게 ‘광고’ 란...? 이런 질문을 떠올렸을 때 어떤 답변도 생각나지 않았다. 광고는 그저 나에게 일, 그 이상이 아니었다. 그냥 열심히 해야 하는 일이고, 잘 해야 하는 일... 그 정도였다. 광고회사에서의 5년 후, 10년 후의 내 모습이 상상되지 않았다. 나는 광고 그 자체에 동기부여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당장눈앞에쌓여있는보고서만들기, 아이디어스토리보드짜기보다더중요한것은내가열심히일할수있게 ‘동기부여’ 해준것이무엇인지찾는것이었다. 성공적으로 했다거나, 상을 받았거나, 동료들에게 인정받았던 그런 것 말고 비록 실패했을지언정, 주목받지 못했을지언정 정말로 내가 좋아하고 재밌어했던 것이 무엇인지 말이다. 그것이 무엇인지 찾기 위해 지난 5년동안내가했던프로젝트들을하나씩정리하여포트폴리오를만들었다.
입사 5년만에 처음 만든 포트폴리오
하나씩 차근차근 포트폴리오를 만들면서 내가 좋아했던 것, 재미를 느꼈던 것, 그래서 내가 더 잘할 수 있었던 것들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또 생각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