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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티 Dec 27. 2019

2019년 회고 1편

사랑, 가족, 건강, 인간관계

매년 이맘 때면 꼭 하는 리추얼이 있는데, 한 해를 돌아보며 좋았던 일, 슬펐던 일 등을 기록하는 것이다. 다 쓰고 나면 뭔가 발가벗겨진 기분이 들어 창피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정리해두지 않으면 한 해가 의미 없이 잊혀버리는 것 같아서 꼭 기록해두려고 노력한다. 재작년엔 자취방 침대 위에서 울면서 썼던 것 같고, 작년엔 남친 (=지금의 남편) 과 썼고, 지금은 회현의 한 카페에서 여유롭게 노래를 들으며 쓰고 있다. (왠지 시작이 좋네) 매년 내가 놓인 상황과 느끼는 감정은 제각각이지만 그래도 한 해를 무사히 보낸 나를 격려하는 마음은 똑같다. 올해도 마찬가지로 그렇다.





(1) [사랑] 연애의 , 결혼을 했고 남편이 생겼다.


작년 6월, 오빠는 힘든 연애에 지쳐 있던 나에게 운명처럼 찾아왔다. 첫 만남 때 왠지 이 남자와 결혼할 것 같다는 직감이 들었고, 두 번째 만남에서 많은 공통점을 발견했고, 세 번째 만남에 연애를 시작했다. 이렇게 행복해도 되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오빠는 나를 넘치게 사랑해주고 아낌없이 애정을 주었다. 오빠와 함께라면 평생 함께해도 즐겁고 행복할 것 같았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결혼을 약속했고 6개월의 결혼 준비 끝에 8월 24일 결혼을 했다. 오랜 시간 자취를 했고, 또 연애 시절에도 거의 매일같이 붙어있었기 때문에 결혼하고 같이 사는 것이 크게 새롭게 느껴지진 않는다. 하지만 결혼을 함으로써 느끼는 가장 큰 행복은, 단순하지만 내 일상이 곧 오빠의 일상이고, 오빠의 일상이 곧 나의 일상이 되었다는 점이다. 퇴근하고 집에 와서 집 정리를 하며 오빠를 기다리는 시간이, 주말에 뭐 해먹을지 함께 이야기 나누는 시간이, 자기 전 침대에 누워서 오늘 하루에 대해 조잘조잘 이야기하는 그저 평범한 매일매일을 ‘함께’ 보낸다는 것. 이것이 나의 결혼이다.

내년에도 우리는 매일을 함께 하며, 서로의 일상에 더 깊이 스며들고 더 단단한 관계가 될 것이다. 오빠와 함께 계획하는 앞으로의 신혼이 더욱 설레고 더욱 기대된다. 결혼은 내 삶이 더욱 행복해진 가장 큰 이유이다.


(2) [가족] 선아가  이상 아프지 않았으면


쌍둥이 동생 선아는 3년 전 자취방에서 다리를 크게 다쳤는데, 수술부터 재활까지 꼬박 1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당시 선아와 나는 그렇게 사이가 좋지 않았고 내가 힘들고 스트레스받을 때면 선아에게 다 쏟아냈다. 그 시기 선아는 내 화풀이 대상이었다. 그런 시기에 선아가 다쳐서 왠지 나 때문에 다친 것만 같아 엄청난 죄책감과 공포에 시달렸다. 다행히 수술이 잘 되었고, 빠르게 회복되었고, 우리 자매의 관계도 회복되어 지금은 둘도 없는 자매가 되었다. 그 후로 아무 문제없이 잘 지내던 선아가 다시 다리가 아프기 시작한 건 5월부터였다. 수술한 다리가 아닌 반대쪽 다리에 통증이 생기기 시작해, 통증은 온몸으로 번졌다. 정형외과, 신경외과 등 각종 병원에서 CT부터 MRI까지 모두 검사해봤지만 아무 문제가 없다는 답변뿐이었다. 걷는 게 힘들어 3개월 휴직을 할 정도인데 문제가 없다니.... 통증의학과부터 류마티스내과 등 제부와 각종 병원을 수소문하여 조직검사까지 받아봤지만 문제없다는 답변뿐이었다. 대학병원 의사 선생님은 이 통증은 자가면역성 질환으로 통증 인지 체계에 문제가 생긴 것이라고 했다. 치료 방법이 없다고. 그저 꾸준한 운동과 스트레스 관리만이 답이라고 했다. 계속되는 통증에 힘들어하는 동생을 보며 3년 전 선아가 다쳤을 때 느꼈던 공포감이 다시 밀려왔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갖고 싶은 거라도 하나 더 사주고, 하고 싶은 운동을 할 수 있게 금전적으로 도움을 주는 것 정도뿐... 그 후로 선아는 매일매일 필라테스와 스트레칭 등 운동으로 통증을 극복하려고 노력 중이다. 그래도 예전보다 많이 호전되었지만 여전히 통증은 계속된다고 한다. 내년에도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금전적 도움과 위로밖에 없겠지만, 이것이라도 꾸준히 해주려고 한다. 내년엔 선아가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프지 않을 수 있다면 최선을 다해 도움을 주고 싶다.


(3) [건강] 불안증,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이사를 하고, 결혼을 하고, 남편이 옆에 있어주어 나의 불안증은 예전보다 많이 좋아졌다. 병원에 가고 상담을 받고 약을 먹어도 전혀 나아지지 않았었는데 말이다. 이토록 의지할 사람이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가. 물론 가끔씩 이유 없는 공포와 불안감이 나를 힘들게 하곤 하지만 그래도 증상이 나타날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알게 되었다. 불안함이 나를 지배할 때면 이건 그냥 지나갈 것이라고, 스쳐가는 감정일 뿐이라고 되뇌고 또 되뇌는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큰 수확이다. 내년엔 더 괜찮아지겠지. 더 나아지겠지


(4) [인간관계] 먼저 다가가는 사람이 되고 싶어 졌다 


난 사람들과의 관계는 노력으로 되는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해왔다. 그냥 흘러가는 대로, 멀어질 사람은 멀어지고 가까워질 사람은 가까워지는 것이라 생각해왔고 인간관계에 크게 미련이나 욕심이 없었다. 이런 생각은 결혼을 기점으로 많이 바뀌었다. 결혼 소식을 전하면서 짧은 시간 동안 많은 사람들을 만났는데 평소 인지하지 못했던 관계의 소중함에 대해 느끼게 되었다. 내가 노력하지 않아도 나에게 먼저 다가와주는 사람들, 내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나를 생각해주는 사람들의 존재에 대해 느꼈다. 넓은 인간관계가 아닌, 좁더라도 깊은 인간관계를 추구하는 내가 이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등한시하고 있었다는 게 조금 부끄럽기도 했다. 그래서 2020년에는 내가 먼저 손 내밀고, 내가 먼저 다가가는 사람이 되고 싶어 졌다. 연락을 기다리기보다는 먼저 연락을 하고, 먼저 내 소식을 전하고, 만남을 청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카페에서 너무 오래 있었다. [일/성장/관심사/꿈]에 대한 회고는 길어질 것 같으니 다음 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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