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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티 Nov 10. 2019

어디로 가야하죠?

6년차 직장인,  길을 잃다

2013년 11월, 첫 출근을 1주일 앞두고 어리숙한 대학생이 아닌 멋있는 사회인이자 직업인으로 성장했으면 좋겠다며 새로운 출발을 축하하는 마음으로 친구와 제주도로 여행을 떠났었다. 이미 두 차례, 1년 정도의 인턴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회사 생활 그리 새로운 일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첫 출근은 대학생이 아닌 또는 단기간 일하는 인턴이 아닌 어느 회사에 정식으로 소속되어 있다는, 그리고 어떤 일을 하고 있다라고 당당히 이야기할 수 있는 자신감이었다. 첫 출근을 한다고 가족들과 축하 파티도 하고 친구와 축하 기념 여행도 떠날 만큼 출근을 한다는 건 나에게 너무나 가슴 벅찬 일이었다.


그렇게 처음 출근을 하고 퇴근을 하고 월급을 받고 진급을 하고 어느덧 나는 출근이 너무 익숙해진 아니 출근이 너무 싫어져버린 남들과 똑같은 직장인이 되었다. 대학생 때 막연히 생각한 광고회사 입사해 TV에 나오는 누구나 다 알법한 광고는 아니지만 그래도 광고인 사이에서 회자될만한 광고를 몇 개 만들었으며 회사에서 ' 꽤 열심히 일하는, 꽤 성실한 ' AE 로 평가받았다. 이 일이 나에게 천직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첫 출근의 설레임과 가슴벅참의 감정이 조금은 남아있었던 것인지 그래도 이 일이 재미있다고 믿어왔고 그렇게 시간은 흘러 일한지 6년이 지났다.


길을 잃은 것 같다


이런 마음이 든 것은 작년 말, 올해 초부터였다. 일은 열심히 하고 있고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어느 순간 난 그냥 주어진 일을 해내는 것에 급급한 또는 내가 이렇게까지 일해야 하지? 라는 부정적인 생각만 가득한 사람이 되어있었다. 첫출근의 설레임 따위는 이미 잃어버리고 그저 매일 "출근하기 싫어" "일하기 싫어" "내가 뭘 위해서 이렇게 해야해?" 라는 말만 입에 달고 사는 남들과 똑같은 직장인이 되어있었다. 직업인으로 업에 소명을 가지고 성장하겠다는 첫 출근을 앞둔 나는 과연 어디로 간 것일까? 분명 나는 성장을 꿈꾸는 사람이었는데.. 분명 나는 주어진 일 그 이상을 해내고 싶어하는 사람이었는데.. 6년이 지난 지금 내 앞에는 직업인이 아닌 직장인인 내가, 무표정으로 키보드만 두드리는 그저 퇴근 시간만 꿈꾸는 초라한 내 모습만이 남아있었다.




더 늦기 전에, 다시 길을 찾아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첫 출근의 설레임을 다시 느끼고 싶었다.

꿈꾸던 나의 모습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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