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민하다는 것은 작은 외부 자극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기질 또는 성격을 의미하는데, 어린 시절 나는 이 ‘외부 자극’ 이 물리적 자극이라고만 생각했다. 나는 여행을 가서도 잘 자는 편이었고, 후각에 둔감한 편이었으며, 소음을 크게 개이치 않아했기 때문에 예민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라 믿었다. 하지만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내가 꽤 예민한 사람이라는 것을 느꼈을 때, 이 ‘외부 자극’ 이 심리적 자극을 포함하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 주위 동료들에게 “너왜이렇게예민해? 너무깊게생각하지 마”라는 이야기를 꽤 많이 들었다. 남들은 아무렇지 않은 상황 속에서 맘고생은 늘 나의 몫이었다. 나는 감정 기복과 스트레스에 굉장히 취약했고 나를 둘러싼 인간관계에 너무 많은 영향을 받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일희일비하는 순간이 많았고 매일매일 롤러코스터처럼 감정이 왔다 갔다 했다. 이렇게 예민한 나와 달리, 어떤 상황에도 감정적 동요 없이 일을 처리해나가는 동료들이 너무 부럽고 멋져 보였다. 나를 자책하는 습관 때문인지 그때는 예민한 나를 원망하고 비난하기 일쑤였다.
무던한 사람이 되고 싶지만 타고난 내 기질 상 쉽지 않다는 것을 안다. 예민함은 불안, 우울 등으로 발현될 수 있지만 반대로 섬세함, 민첩함, 창의적 사고로 발전될 수도 있다. 이렇듯 나의 예민함을 긍정적으로 발전시켜나가고 싶지만 솔직히 고백하자면 쉽지 않다. 매일매일 무던한 나를 꿈꾸지만 현실 속에선 오늘도 어김없이 롤러코스터처럼 오르락내리락하는 감정의 끝을 부여잡는다. 그래도 날 원망하고 싶진 않다. 이렇게 예민한 나를 원망하지 않고 이해하고 감싸 안아 줄 사람은 나 밖에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