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한 지 6개월 후 새로운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었다. 내가 소속된 본부가 아닌 다른 본부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였는데 한 서비스의 신규 론칭에 맞춰 4개 소셜 채널을 오픈해야 하는, 그리고 그 이후의 운영과 콘텐츠 기획/제작, 미디어 운영까지 담당해야하는 스콥이었다. 큰 규모의 프로젝트였기 때문에 메인 AE 를 서포트 할 주니어들이 필요했고, 조명 브랜드의 소셜 채널 운영 경험이 있는 (그래봤자 고작 6개월) 내가 자연스럽게 후보자로 언급이 되었다. 소셜 컨텐츠를 기획하는 일이 재미있었던 나는 함께 하고 싶다고 손을 들었고 바로 그 다음주부터 본격적으로 프로젝트에 투입되었다.
프로젝트의 시작과 함께 폭풍같은 야근이 시작되었다.
프로젝드 실무팀은 메인 AE 선배, 그리고 사원 선배, 나 이렇게 3명이었다. 셋이서 4개의 소셜 채널을 데일리로 운영하고 각 채널에 맞는 콘텐츠를 기획하고, 콘텐츠를 촬영하고 제작하는 것은 너무나 버거운 일이었다. 당시 나는 고작 1년차 주니어 사원이었기 때문에 리딩하는 선배가 어사인 하는 업무들을 완수하는 것이 나의 주 역할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완수하는 것 조차 버거웠다. 회의와 컨텐츠 촬영 등을 하고 나면 이미 업무 시간이 지나버리기 일쑤였고 저녁부터 리포트라던지 아이디어 기획 같은 혼자서 해야 하는 일들을 쳐내곤 했다. 그렇게 일을 마치고 나면 9시~10시, 8 to 5 시스템인 우리 회사에서 나는 하루 평균 최소 4시간 이상 야근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일이 많은 것에 불만을 가지지도 않았고, 야근을 해서 집에 늦게 가는 것이 힘들지도 않았다. 나를 힘들게 했던 것은 "내 소속은 어디지?" 라는 생각이었다. 내가 소속되어 있던 팀의 팀원이 5명이었는데, 나만 다른 본부의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었기 때문에 하루종일 팀원들과 얘기 한 마디 못할 때가 더 많았고 팀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들을 그저 바라보고만 있어야 하는 것이, 팀원들이 아이데이션을 한다고 회의실로 갈 때 혼자 자리에 있는 것이 나를 가장 힘들게 했다. 야근할 때도 텅빈 우리 팀 자리에 혼자 앉아 일하고 있을 때면 괜시리 서러워졌다. ** 물론 같이 일하는 프로젝트팀 선배들이 있었지만 자리가 멀었기 때문에 혼자 일하는 기분이 들었다 (....)
입사 후 팀원들과 호흡을 맞추며 일하는 게 너무 즐거웠기 때문에 나 혼자 동떨어져 있는 기분이 너무너무 속상했다.
혼자 깊은 수렁에 빠져들 뻔 했을 때 나를 구해준 건 바로 당시 나의 팀장님이었다.
우리 회사에는 매달 칭찬하고 싶은 동료에게 메시지 카드를 전하는 문화가 있는데, 어김없이 많은 업무로 정신없이 일하고 있던 나에게 팀장님이 카드를 건넸다. 항상 "오늘은 괜찮니? 고생이 많다" 라며 위로해주셨기 때문에 카드에도 그런 메시지가 적혀있겠지? 싶었는데 카드에 적힌 문구를 보자마자 울컥 눈물이 날 뻔했다.
"넌 영원한 1팀이야, 고생많다!"
프로젝트를 같이 하고 있지 않아도, 내가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 자세히 알지 못해도 그저 나를 믿어주고, 지지해주셨던 팀장님의 한 마디였다. 혼자 작은 섬에 갇혀 있는 것 같은 답답한 기분이 해소되는 것 같았다. 꼭 같이 일을 해야만 팀이 아니고, 꼭 상황을 공유해야만 팀이 아니라는 것. 그저 곁을 지켜주고, 믿어주는 것이 팀이라는 것을 느꼈다.
야근이 많았지만 좋은 사람들, 배울 수 있는 사람들과 팀워크로 일하는 게 좋았고 그들과 한 팀에 소속되어 있다는 게 감사하고 행복했다. 그리고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