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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티 Nov 24. 2019

광고인은 꼭 외향적이어야 하나요?

직업에 성격은 중요하지 않다


나는 내향적 인간이다. 하지만 내가 정의하는 ‘내향적’의 의미와 타인이 정의하는 의미는 조금 달랐다. 그리고 이 차이 때문에 광고회사에 다니면서 수없이 많은 고민을 했다. 나의 성향과 나의 성격은 광고회사에 맞지 않나? 광고회사에서 일을 잘하는 사람으로 평가받기 위해서는 외향적 성격은 필수인가? 이런저런 고민에 빠지곤 했다. 6년 정도 시간이 지난 지금, 특정 직업군과 특정 성격이 시너지를 낼 순 있으나 조건 관계는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대개 광고인들의 모습을 상상해보면 자신의 낸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어필하고, 엄청난 말발로 프레젠테이션을 하며,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에 거침없이 의견을 제시하며 논쟁하는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실제로 내가 다니는 회사에도 그런 사람들이 꽤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그런 사람들이 좀 더 긍정적으로 포지셔닝되었다. 주니어 시절, 그것이 나에게는 심리적인 압박으로 작용했다. 난 다른 사람들의 의견에 반하는 의견을 제시하는 것을 어려워했고, 의견이 충돌했을 때 논쟁하기보다는 혼자 생각을 정리하며 의견을 구체화하는 쪽이었고,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 사람들에게 주목받는 것이 부담스러웠다. 자기주장이 강한 동료들과 미팅을 할 때면, 한 마디  내뱉는 게 힘들고 어려웠다. 나의 생각의 속도는 그들의 대화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했다. 자리에 앉아 나의 생각을 정리하고 나서야 의견을 낼 수 있었다. 종종 광고회사보다는 리서치 회사나 컨설팅 회사 등에서 one man role 로 일하는 것이 나와 더 잘 맞겠다란 생각을 하곤 했다.


넌 원래 그렇게 말이 없니?


클라이언트 미팅을 가는 차 안, 회사 리더께서 나에게 했던 말이다. 물론 아무 의도가 없는 말이었겠지만 그 말 한마디가 나를 너무나 작아지게 만들었다. “네, 원래 좀 조용한 편이어서요”라고 얼버무리며 넘어갔지만 그때 그 한 마디는 마치 내가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집에 와서 곱씹어 생각해보니 왠지 모를 속상함이 들었다. “조용하고 내향적인 성격을 가진 사람은 말이 없고 자기주장이 부족하다”라고 인식될 것만 같아서였을까.


이후 난 조용하게, 묵묵하게, 책임감 있고 강한 사람으로 포지셔닝되기 위해 노력했다. 나의 의견을 내야 하는 결과물들은 ‘말’로 팔지 않고 문서화했다. 아이디어 하나를 정리하더라도, 보고서 한 장을 정리하더라도 최대한 많이 고민하고, 퀄리티를 높이기 위해 노력했다. 말보다는 문서로 나의 이야기와 의견을 담았다.


어려운 프로젝트를 맡더라도 (물론 모든 프로젝트가 어렵지만) 끝까지 완수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어렵고, 남들이 하기 싫어하는 일도 마다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임했다. 대외적으로 상을 받거나 주목받는 프로젝트들이 아닐지라도 난 내 자리에서 묵묵하게 최선을 다해 프로젝트가 잘 끝날 수 있도록 노력했다.


6년이 지난 지금도 난 내향적이고, 말수도 여전히 부족하다. 또한 날 바라보는 ‘내향적인 사람’에 대한 시선 변하지 않았지만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나다르다. 그래서 그런 말에 더 이상 주눅들지 않는다. 조직은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각자의 장점을 발휘하며 성장한다. 외향적인 사람들의 장점과, 나와 같이 내향적인 사람들의 장점이 만나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들어낸다고 믿는다. 내향적인 사람들은 대개 높은 책임감과 집중력, 섬세함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나는 내향적인 사람들이 지닌 장점을 최대한 끌어내 내가 하는 광고와 마케팅 업무에 시너지를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내향적이어도 광고일을 잘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오늘도 고군분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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