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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yne Jun 21. 2020

릴레이 글쓰기 1. 어쩌다가

(2) 어쩌다가 잊혀진 것들

시간이 지나면서 잊혀진 것들을 다시 되뇌어 보는 건 나의 흑역사를 떠올리는 것이라 그런지 아무에게도 드러내지 않는 것임에도 부끄러운 감정이 들었다. 나는 일기를 쓰지 않는다. 솔직히 매일 쓰는 것이 귀찮고, 게으른 편이라 일기를 써야겠다고 마음을 먹어도 금방 까먹기 때문이다. 그런 내가 과거를 ''추억'하는 방법은 그저 말 그대로 나의 과거를 '추적'하는 것이다.


요즘 인터넷 세상이 얼마나 무섭냐면, 내가 검색한 키워드, 방문한 홈페이지, 심지어 어느 동에 마카롱을 사러 몇 년도 몇 월 며칠에 방문했는지 까지도 기록에 남는다. 최근 5년 간의 과거는 이런 방식으로 흔적을 좇을 수 있었다. 그렇다면 그 이전의 기록은? 앞서 말했다시피 나는 다이어리를 쓰지 않았기 때문에 그저 기억에 의존해야 한다. 그 기억을 바탕으로 그 시절에 유행했던 게임, 패션, 그리고 여러 유행템들을 찾아보면 중2병 낭랑했던 내 과거의 기억이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측두엽의 감각 피질을 자극해 강한 감정을 유도한다... 흑역사를 떠올리는 것만큼 재밌고 강한 자극이 없는 것 같다... 예를 들어 싸이월드 방문자수를 올리고자 유명 얼짱들 사진을 프사로 설정해두고, 흔히 요즘 말로 인싸처럼 아는 애이든, 모르는 애던 간에 상관치 않고 남들 싸이 홈에 방명록을 남겼다거나. 뭐 이런 것들 말이다. 요즘 세상에 뭐든 다 빨라져서 유행도 돌고 도는 것 같다. 뉴트로(new+netro)라고 과거 레트로틱한 것들이 다시 유행하고 있는 걸 보면 자연스레 과거의 기억이 떠오르기도 한다. 사실 이렇게 상기하면 오히려 과거가 왜곡되어 감상적이게 된다. 특히 시티팝을 들을 때 그렇더라.


뭐 물질적인 면에서 잊혀진 것들은 전혀 아쉽지 않다. 흑역사로 치부되면 그만이지. 그렇지만 내가 어땠는지, 과거의 '나'에 집중해서 어떤 생각과 마음, 고민거리를 가지고 살았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 것이 문제지. 과거에 비슷한 고민거리를 내가 어떻게 대했었지? 그래서 결국 어떻게 되었지? 와 같은 물음이 떠오르면 그걸 기록해둔 것이 없어 해결할 수 없다는 게 후회가 된다. 내 감정과 생각은 시간이 지나면 오래된 것부터 대뇌에서 차례대로 삭제되니까. 뇌에도 임시보관함이나 휴지통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필요할 때 다시 꺼내보고, 정말로 지우고 싶은 건 영구삭제하고, 잘못 삭제한 기억은 다시 복구하고. 그러면 과거에 했던 잘못을 다시 되풀이 하지 않을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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