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간

by 푸른향기

밑간이란 말은 왠지 조금 아픈 말

밑이 아프다거나

밑에 뭐가 생겼다거나 하는 말처럼

생채기에 말씀이 들어가는 것처럼

조금은 짭조름하고

어쩌면 달짝지근하기도 하는


배추나 무나 도라지나 뭐 그런 것들이

숨을 죽이고

몸에 들여놓는 소금기

가장 겸허하고

가장 기본이 되는

이것이 잘 되어야만 감칠감칠

맛도 생기는


잘 보이지 않는 어느 밑자리까지

서서히 배어드는

아파서 생겨난 밑맛,


다운로드.jpg




뭐든 간이 맞아야 맛있다. 어떤 간은 미리 해야 한다. 그런 걸 밑간이라 한다. 다른 양념을 하기 전에 가장 먼저 간을 해두는 것. 보통 밑간을 한 지 10분이나 한참을 지나야 간한 맛이 배어든다. 그런 걸 한참 후에야 알았다. 밑간이 참으로 중요하다는 사실을. 야채도 그렇고 심지어 고기도 그렇다. 야채는 소금기가 적당히 배어들어야 하고 고기도 마찬가지이다. 특히 고기는 그 특유한 냄새를 지우거나 억센 기운을 가라앉히기 위해서 밑간을 잘 해야 한다.

사람도 그러하지 않을까. 조금은 슬프고 조금은 아파서 삶이 되지 않을까... 그러니 슬프고 아픈 일들을 무조건 밀쳐내지는 말 일이다. 슬프고 아픈 일들을 순순히 받아들일 때 내 밑자리에도 간이 배어들 듯싶다. 그렇지 않은가.

이전 03화배추의 자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