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평 텃밭에 배추가 자란다
언제 가 보면 퍼졌던 잎이 조금
안쪽으로 숙어 있다
묶어줘야 하나 게으름 피우는 사이
또 언제 가면
조금 굳은 자세로 둥글어져 있다
속엣것을 지키기 위해서는 푸른 팔을 그러모아
배추도 기도한다는 것을 품에 안는 것을 위해
벌레 먹고 누추한 껍질인 채로
차마 내보이지는 못할
겹겹의 저 안을 위해 입김을 모은다는 것을
알아간다 발길을 돌리는 사이
배추는 아까보다 더 수척해졌다
무심코 봐 온 것도 내 집에 들여놓으면 자세히 보게 된다. 겨울 들판을 지날 때면 배추값 파동 때문인지 시들고 말라가는 채로 배추들이 버려져 있곤 했다. 배추들은 그 자리에서 녹아내릴 것처럼 주저앉아 있었다. 그런데 그냥 지나쳤다. 그 배추들이 하나같이 머리를 싸매고 있었다는 사실을. 배추는 마치 어린 아이들이 공부하는 것처럼 머리를 질끈 동여메고 있었다. 한기가 배춧잎 속으로 들어가지 않게 하기 위함이리라. 그리고 더이상 햇빛이 안으로는 들어가지 못하게 하는 효과도 있었을까. 어쨌든 나와는 별로 상관없던 일이었다.
텃밭에 배추 몇 포기를 심고부터는 그 배추의 모양이 예사롭지 않아 보였다. 텃밭이 그렇게 넓지도 않고 그냥 심심풀이로 심었던 거라 겨울이 오고 있어도 방치하고 있었다. 그런데 추위가 몰아치자 배추가 좀 짠해지는 거였다. 조금씩 자라고 있던 푸른 잎사귀가 땅에 닿을 듯 처지지 시작했고 끝은 이미 누렇게 시들고 있었다. 지나다 봐온 것처럼 우리 배추도 윗부분을 묶어주면 좀 덜할라나 생각했다. 그래서 노끈을 찾고 있던 어느 날, 눈여겨 보게 된 '배추의 자세'였다. 정말 배추는 지가 알아서 잎사귀를 모아 쥐고 있던 거였다. 마치 어미가 품 안의 새끼를 보듬는 것처럼. 어제보다는 좀 더 오므린 자세로. 그때 난 어렴풋이 아니, 확연하게, 내 안에 있다고 생각하는 그늘이나 어둠이나 아픔같은 것을 떠올렸다. 그리고 순간순간 긴장되고 굳어버렸던 나의 마음은 그 여린 것들을 보듬기 위한 방어자세였음을 깨달았던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