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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향기 Jun 27. 2022

무엇을 꼭 그러쥔 시간




별   

한 가지를 오래 생각하다 보면
가슴에도 별이 생긴다
 
 눈발 내리다 구름 비끼고
 짧은 햇빛 수굿해지는 시간
 
 산은 작은 불빛을 서넛 밝히기 시작한다
 하루 내내 집들을 꼭 끌어안고 있었던 까닭이다
 
 먼 하늘 어디서도 
 무엇을 꼬옥 그러쥔 시간이 있었을 것이다

 당도하지 않은 점멸이 어느 어둠을 만나면
 정말 위안처럼 별이 생긴다

 버릴 수 없어 끌어안았던 것들이
 어느 순간엔 통째로 별이 되는 순간이 있는 것이다





    


누구나 한 번쯤 그런 일이 있지 않은가? 나에게만 일어난 일, 나에게만 있는 괴로움, 나에게만 있는 고통, 나에게만 있는 절망…. 그런 거. 버리고 싶고, 넘기고 싶고, 잊어버리고 싶은 일…. 그런 거. 


버릴 수 없어 늘 생각하고 있던 것이 가슴에 그늘로 자리 잡는 순간이 있다.  


어느 날이었다. 점차 해는 어두워지고 사방에 어둠이 내려앉고 있었다. 문득 건너편 산자락에 불빛이 하나씩 늘어나는 것이 보였다. 집이었다. 집은 아침 내내, 오후 내내, 그 자리에 있었다. 산은 하루 종일 발밑의 집들을 끌어 안고 있었던 거다. 


그것은 견딤이었다. 집을 버리지 않고 끌어안고 있었기에 불을 밝힐 수 있었다. 그 순간 깨달음처럼 가슴 그늘 안쪽에 자리 잡고 있던 무거운 돌덩이가 별이 되기 시작했다. 


내가 끌어안고 있었던 것들이 사실은 내가 꼭 겪고 넘어가야 할 소중한 것들임을 알게 되는 순간이었다.


 그러니 고통을 물리치려고만 하지 마시라, 고통은 나의 현재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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