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
누가 그랬다 고구마를 오래 보관하려면 하나하나 신문지에 싸서 보관하라고
말리는 것을 빼먹어서 그런가 집이 유독 서늘해서 그런가 박스에 구멍까지 냈는데
어쩜 이럴 수가 있나 절반이 물러버렸네
싹이 난 것도 곰팡이가 생긴 것도 아니고
그저 버려진 나무토막 힘없이 썩어가는 모양새네
푸석한 듯 얼어있는 듯
엊그제까지 멀쩡하더니 무슨 약속처럼 일제히 이런가
이번엔 실온에 둔다고 안에 들였어도 증상은 같았네
선연한 눈빛 붉고도 단단했던 고구마
그의 단내 나는 인내는 어디 갔는가
물렁한 몸에 붙어있는 잘못 품은 한기
잘못 들어온 위로, 문턱에서 깨진
잘못된 바람 한 줌
마치 나는 불행하다, 행복하지 않다
라는 사실을 문장 그대로 지니고 사는 것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