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방울 보석

내 눈에만 보여요

by 헬레나

드디어 고대하고 고대하던 토요일이다. 요 몇 주 회사에서 너무 정신없이 바빴다. 피곤에 찌든 나는 오늘은 정말 늘어지게 한번 늦잠을 자고 싶었다. 그렇지만 출근시간에 맞추어 자동적으로 눈이 떠졌다. 그리고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집안일들이 마구마구 떠올랐다. 바로 몸이 발딱 일어나졌다. 아침밥을 대강 챙겨 먹고 청소부터 시작했다. 그다음은 밀린 빨래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

방마다 돌며 빨래바구니를 수집해서 세탁실로 가져왔다.


두 녀석들이 넘어지고 흘리고 싸우는 통에 주중에도 한 번은 빨래를 돌려야 하는데, 이번주는 너무 바빠서 못했다. 세탁실이 빨래로 가득 차서 발 디딜 틈이 없다. 일단 네 가족 각자의 빨래더미를 만든다. 그리고 다시 색깔옷과 흰색옷으로 나눈다. 그다음엔 세탁할 때 제일 중요한 단계, 바로 바지주머니 검사에 들어간다.


나한테 그렇게 잔소리를 들으면서도 남편은 아직도 자주 지폐를 바지주머니에 넣은 채 빨래바구니에 던져놓는다. 벌써 두 번 정도 지폐가 정말 분해되어 버렸던 적이 있었다. 그때 그렇게 아까워서 속상해했으면서 여전히 그 버릇을 못 고쳤다.


그리고 또 한 놈. 그런 아빠를 닮았는지 큰 애도 주머니에 뭘 꼭 꿍쳐 놓는 버릇이 있다.

그럼 그렇지. 오늘도 어김없이 내 눈에 도톰한 큰 애 바지주머니가 들어왔다. 손을 넣어보니 한 움큼의 솔방울이 잡혔다. 벗어놓은 바지들 모든 주머니마다 솔방울이 가득하다.


우리 큰애는 무슨 귀한 보석이라도 되는 냥 어딜 가든 눈에 띄는 솔방울들을 죄다 주워 모은다. 예전에는 작은 돌멩이들을 그렇게 주워 담아 왔었다. 한 번은 돌멩이가 세탁기 모터를 망가트려서 세탁기가 고장 난 적도 있었다. 그때 나한테 엄청 혼나서 그런지 요즘은 솔방울로 아이템을 갈아탔다.


꿍쳐 놓는 물건들, 분명 소중한 것이라는 의미일 텐데. 그 아이의 눈에는 길가에 굴러다니는 돌멩이들도 흔하디 흔한 솔방울들도 그렇게 예쁘게 보이나 보다.


나는 매번 주머니 뒤지는 게 귀찮으면서도, 주머니 속에서 한 움큼의 솔방울을 꺼낼 때마다 웃음을 머금는다. 새삼 아이들이 보는 세상은 어떨지 궁금하다. 아무리 둘러봐도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는 귀한 보석들로 가득 찬 그 세상. 반짝반짝 보석들이 지천에 널린 아이들의 세상은 얼마나 아름다울까?


사람은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인다던데... 오늘 아침부터 또 비가 오냐고 우중충하다고 날씨 탓을 했던 나, 혹시 진짜 우중충한 건 내 마음이 아닐지? 내 마음속을 한번 들여다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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