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키스트 아워>

영화의 장르가 곧 게리 올드만.

by 뭅스타

두 달 뒤 개최될 올해의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가장 유력한 남우주연상 수상자로 꼽히는 게리 올드만 주연의 <다키스트 아워>. 위의 이유만으로도 엄청난 기대를 갖게 만들었지만, 그런 한편 혹여 오직 연기만 돋보이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도 낳았던 이 영화는 한마디로 여러 면에서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만족스러웠다고 말할 수 있겠다. 24시가 넘어서야 상영하는 탓에 다소 피곤한 상태로 관람했음에도 불구 놀라운 몰입감을 자아낸, 굉장히 인상적인 영화였달까.


영화는 히틀러가 이끄는 독일군이 유럽 전역을 침공해가던 제2차 세계대전 초기의 영국을 배경으로 한다. 야당 의원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을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란 이유로 갑작스럽게 총리로 임명된 윈스턴 처칠은, 독일이 유럽 각 국가를 차례차례 장악해가고 영국 역시 점점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총리로서의 임무를 올바로 수행하기 위해 고심에 고심을 거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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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회를 통해 먼저 관람한 이들이 언급했듯 나탈리 포트만 주연의 <재키>를, 그리고 지난해 개봉한 황동혁 감독의 <남한산성>을 연상케 하기도 하는 이 영화는 주변의 거센 의견 대립 속에서 갈등하고 고뇌하는 처칠의 내면을 훌륭하게 그려내고 있다. 벨기에, 네덜란드 등 근접한 국가들이 하나 둘 파괴되고 다수의 영국군이 포진되어 있는 프랑스마저 독일군들에 의해 파괴되어가는 상황에서도 처칠은 국민들에게 진실 그대로를 밝히기보다는 최대한 희망을 심어주기 위해 애쓴다. 그리고 이러한 그의 태도는 전시내각 의원들에게 미움과 질타를 받는 원인이 된다.


영화 내내 정말 극소수의 인물들을 제외하면 그의 의견을 동조하고 찬성해주는 사람이 극히 적은 상황에서도 마지막 순간까지 그의 신념을 굽히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처칠의 모습은 꽤나 큰 몰입감과 울림을 자아낸다. 특히 후반부 지하철 시퀀스와 그 직후 이어지는 연설 시퀀스는 그 장면에 감동을 극대화하기 위한 효과가 특별히 두드러지지 않음에도 그야말로 굉장히 뜨겁고도 뭉클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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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몰입감을 높여주는 데에는 각종 연출도 크게 기여한다. 특히 그 누구도 의지할 곳 없는 밀폐된 전시내각 회의실 내부를 명암의 극명한 대비가 느껴지는 조명의 활용을 통해 표현한 점은 처칠의 고뇌를 보다 효과적으로 느낄 수 있게 했단 점에서 무척 인상 깊게 다가온다. 그 외에 조 라이트 감독과 이전부터 함께 작업해 온 음악 감독 다리오 마리아넬리의 음악은 적재적소에 효과적으로 활용돼 극의 긴장을 높여주고 영화 중간중간 부감 쇼트로 촬영된 장면들도 시선을 잡아끄는 요인 중 하나이다.


어쩌면 위에 언급한 모든 것보다도 강력하게 느껴지는 것은 단연 게리 올드만이다. 아니, 그냥 이 영화의 장르가 곧 게리 올드만이라고 해도 될 정도. 골든 글로브, 크리틱스 초이스를 비롯해 무려 20개 이상의 트로피를 거머쥔 그는 그 결과를 충분히 납득할 수 있을 만큼 놀라운 연기를 선보인다. 분장부터 목소리, 몸짓, 발음까지 기존에 알던 게리 올드만은 온데간데없이 완벽히 윈스틴 처칠로 분한 그의 활약은 그야말로 엄청나다. 그의 연기 자체만으로도 영화에 놀라운 설득력을 불어넣는 느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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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하자면 게리 올드만의 강렬하디 강렬한 연기를 중심으로 하여, 전쟁의 위협이 도사리는 상황에서도 국민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심어주기 위해 애쓴 처칠 총리의 고뇌와 갈등을 효과적으로 그려낸 작품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이 영화와 <덩케르크>의 장면들을 시간 순서대로 편집해 한번에 쭉 본다면 굉장히 재미있을 것 같단 사족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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