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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글랜드 이즈 마인>

희한할 정도로 아무 감흥도 선사하지 못한 누군가의 성장담.

by 뭅스타

<덩케르크> 이후 국내에서도 급격히 팬층이 늘어난 배우 잭 로던이 주연을 맡은 영화 <잉글랜드 이즈 마인>. 이 작품은 글쎄, 조금은 진부해도 뚜렷한 메시지를 던져주는 성장 영화가 아닐까 하는 기대로 관람한 입장에선 다소 당황스러운 영화였달까. 94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앞서 관람한 173분짜리 <하나 그리고 둘>보다 더 지루하고 따분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뭘까.

영화는 스티븐 모리세이가 락밴드 '더 스미스'의 보컬로 활동하기 이전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비틀즈 이후 가장 영향력 있는 아티스트라는 평가를 받은 인물이지만, 이 영화는 전설적인 락밴드의 보컬이 아닌, 음악을 하고 싶었지만 소심한 성격 탓에 재능을 뒤늦게 꽃 피울 수 있게 된 한 청년이 꿈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에 더욱 포커스를 맞추고 있는 만큼 그에 대한 그 어떤 사전 정보가 없어도 관람하는 데에 큰 무리 없이 전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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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향해 나아가는 누군가의 이야기라는 스토리라인은 유독 음악이라는 요소와 자주 만난다. 존 카니 감독의 <비긴 어게인>이나 <싱 스트리트>를 비롯해 <미라클 벨리에>, <러덜리스>, 그리고 <라라랜드>까지. 이 영화는 그 수많은 음악 영화들 중 어딘가 정적이고 어두운 분위기가 에단 호크 주연의 <본 투 비 블루>와 유사하게 느껴지는데 다만 아쉽게도 이 영화는 언급한 다른 영화들에 비해서 감정적으로 큰 공감이나 몰입을 이끌어내지 못하였다.

어떤 영화에 집중하고 그 스토리에 빠져들기 위해 어쩌면 가장 기본이 되어야 할 요소는 얼마나 주인공에게 감정적으로 이입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이다. 그리고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좀처럼 스티븐이라는 주인공의 감정에 이입하고 그를 응원하게 만들 무언가가 부족하게만 느껴진다. 영화 초반부터 그가 얼마나 음악에 대한 열정이 크고 남다른지는 충분히 보여주지만, 의사표현은커녕 제대로 얼굴을 쳐다보지도 못할 만큼 숫기 없는 성격 탓에 번번이 기회를 놓치는 초반부 그의 성격은 어딘가 답답하게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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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다 아무리 음악에 정신이 팔려 있다고 해도 직장에 소홀히 한 채 지각과 무단결근을 밥먹듯이 하는 모습은 꿈을 향한 그의 도전을 마냥 응원하기엔 영 찝찝하게만 다가온다. 그런 그가 일종의 환골탈태를 거친 후 이전과는 또 다른 태도로 사람들을 대할 때 역시 그저 희한한 성격의 소유자처럼만 느껴질 뿐. 어쩌면 이후 활동하면서도 각종 논란을 불러모았던 인물인 만큼 쉽게 이해하기 힘든 그만의 남다른 성격을 부각하는 것이 영화의 의도였던 것 같기는 하지만, 어쨌거나 저쨌거나 결국 이러한 인물 설정은 가뜩이나 정적인 영화를 그 누구에게도 공감할 수 없어 더더욱 따분하게 만드는 데에 그치고 말았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짜증만을 불러일으키는 주인공의 성격과 특별한 진전 없이 흘러가는 전개 탓에 실존 인물의 생애를 그린 전기 영화로써도, 꿈을 향해 나아가는 누군가의 성장 영화로써도 영 아쉽게만 느껴지는 영화였다고 할 수 있겠다. 드디어 영화가 한 발짝 나아가려는 순간 엔딩 크레딧이 흘러나오며 상영관 불이 켜질 때의 당혹스러움도 적지 않게 밀려오지만, 그럼에도 영화 내내 귀를 즐겁게 해주는 각종 음악들의 활용은 인상적이며 주인공 스티븐을 연기한 잭 로던이 앞으로 배우로서 더욱 성장해나갈 것이란 기대만큼은 갖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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