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배우의 매력으로 가득한, 사랑스러운 로맨스.
어느 순간부터 국내 로맨스 영화의 제작 편수가 확연히 줄어든 상황에서 실로 오랜만에 만나는 한 편의 로맨스 영화 <너의 결혼식>을 관람하였다. <열정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이후 3년 만의 스크린 복귀에 나선 박보영과, <피 끓는 청춘>에서도 함께 호흡을 맞춘 김영광이 주연을 맡은 이 영화는 두 배우의 찰떡 호흡을 바탕으로 가볍게 즐기기엔 충분히 매력적인 작품처럼 다가왔다. 영화를 보기 전까진 예매율 1위를 기록하고 있는 것이 다소 의아했다면, 영화를 관람하고 나니 박스오피스 1위까지 기록한 지금의 상황이 충분히 납득하게 되었다고 할까.
영화는 한창 입시와 씨름해야 할 고등학교 3학년 시기에 공부보단 싸움에 재능 있던 우연이 새로 전학 온 동급생 승희에게 첫눈에 반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자신이 그토록 꿈꿔왔던 복수(?)까지 접을 정도로 승희에게 푹 빠진 우연은 끊임없이 애정 공세를 이어 나가고, 승희 역시 그런 우연에게 점점 이끌리게 된다. 그렇게 평온할 것만 같던 둘의 앞날은 뜻하지 않은 사건으로 한순간에 막을 내리고 마는데, 머지않아 우연에게 다시 한번 사랑을 쟁취할 기회가 주어진다.
조금은 철없는 남자와 무엇 하나 빠지는 게 없어 보이는 여자라는 인물 설정은 자연스럽게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던 대만의 하이틴 로맨스를 떠올리게 만든다. 특히 영화의 전반적인 스토리라인은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의 그것과 상당히 닮은 점이 많은데, 그러면서도 이 영화만의 독특한 매력과 개성 또한 충분히 두드러진다. 고등학교 시절을 거쳐 서른이 넘은 현재에 이르기까지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는 두 주인공의 이야기는 영화 군데군데 자리 잡은 유머 요소들, 눈을 사로잡는 영상미,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스토리 전개와 어우러져 110분의 러닝타임을 꽉 채운다.
고민할 것도 없이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 포인트는 두 배우의 연기에 있다. 이른바 '뽀블리'라는 애칭까지 붙을 만큼 매 작품마다 사랑스러운 매력을 물씬 뿜어내던 박보영은 이번 영화에서도 어김없이 그녀만이 보여줄 수 있을 법한 매력을 유감없이 선사하는데, 로맨스 영화의 여주인공이 박보영인 것은 반칙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영화에서 그녀가 선보이는 매력은 그야말로 어마 무시하다. 어쩌면 그녀보다 놀라웠던 것은 김영광 배우의 활약인데, '그가 이렇게 연기를 잘했었나'라는 생각을 절로 하게 만들 정도로 이 영화에서의 그의 연기는 무척 인상적이다. 어딘가 찌질하면서도 미워할 수 없을 정도의 능청스러움으로 중무장한 캐릭터 우연을 완벽하게 소화해내는 그의 활약상은 이 영화를 '김영광의 재발견'이라고 정리할 수 있을 정도.
어쩌면 제목이 그 자체로 스포일러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이 영화는, 두 주인공의 로맨스를 다소 전형적인 방식으로 풀어내면서도 후반부에 이르러 어쩌면 지극히 현실적으로 느껴지는 전개에 씁쓸한 뒷맛을 남기기도 한다. 어딘가 <라라랜드>의 엔딩을 떠올리게도 만드는 영화의 스토리라인은, 평생 함께 행복할 수 있을 줄 알았던 누군가와 어떤 이유로든 이별을 하게 된 이들이라면 충분히 공감하며, 무척 진한 여운을 느낄 수 있을 듯하다. 영화를 관람한 후 후기를 살펴보니, 어떤 결정적인 순간에서의 우연이 뱉은 말이 전체적인 영화의 호불호를 크게 좌우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막막하기만 한 취준생 생활을 겪었던 나로선 그의 행동이 절반 정도는 이해가 되기도 하며, 그렇기에 이 영화에서 말하는 '타이밍'이 더욱 크게 와 닿는 듯하다.
결론적으로 생각 이상으로 큰 재미를 자아내고, 생각 이상으로 특별한 매력을 안겨준 만큼 제법 만족스러운 관람으로 기억될 영화였다고 정리할 수 있겠다. 사실상 영화의 8할 이상이 두 배우의 공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우연과 승희라는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해 낸 김영광, 박보영 배우의 활약이 무척이나 인상적으로 느껴지는 영화였던 동시에, 커플끼리 함께 즐길 수 있는 달달한 로맨스를 찾고 있던 이들에게 적극 추천할 수 있는 영화였다고 말할 수 있을 듯하다. 아무쪼록 이왕 1위로 진입한 만큼, 영화가 손익분기점을 넘는 흥행 성적을 거둠으로써 한국 영화계에서 어느 순간 자취를 감춰버린 로맨스 영화들이 다시 살아날 수 있기를, 그래서 더 이상 한국 영화계가 범죄물이나 스릴러물만이 주가 되지 않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