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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프레데터>

올해 최악의 영화로 미리 임명합니다.

by 뭅스타

본격적인 리뷰를 쓰기에 앞서 고백하자면 지난 1987년 첫 선을 보인 이후 몇 차례 개봉했던, 프레데터라는 캐릭터가 등장한 영화는 단 한 편도 보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 관람한 이 시리즈의 속편 격인 <더 프레데터>가 이토록 최악의 졸작으로 느껴지는 것이 시리즈에 대한 그 어떤 배경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관람했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이 영화 <더 프레데터>는 감히 올해 관람한 백 여 편의 영화들 중 최악이었으며, 이틀 전 관람한 <물괴>를 재평가해야 될 것 같은 지경에 이르게 만든 작품이었다.


영화는 멕시코에서 임무를 수행 중이던 육군 대위 맥케나가 지구에 착륙한 우주선, 그리고 그 속에 타고 있던 프레데터를 목격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프레데터의 공격으로부터 살아남은 맥케나는 현장에서 증거가 될 만한 장비를 챙겨 집으로 보내고, 맥케나의 아들 로리가 그 장비를 작동하기 시작하면서 이를 되찾으려는 프레데터의 공격이 본격적으로 펼쳐지게 된다. 맥케나는 외계 생명체를 연구하는 박사 케이시와 우연히 만난 불량 군인들과 함께 프레데터에 맞서는 사투를 벌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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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활한 우주의 모습이 무척이나 어색한 CG로 펼쳐지는 오프닝 시퀀스부터 뭔가 잘못됐음을 인지하게 되는 영화는, 계속 보다 보면 이 조악한 CG가 영화의 수많은 단점들 중 빙산의 일각에 불과함을 깨닫게 된다. 단점이 많아도 너무 많아 도저히 어디부터 얘기해야 될지 모를 정도인 이 영화의 가장 큰 문제는 빈약함을 넘어 성의 없이 느껴지는 스토리에 있다. 우주선에서 발견된 장비를 다짜고짜 집으로 보내는 군인, 후반부에 밝혀지는 지구에 온 목적과 너무나도 모순되는 행동을 일삼는 프레데터,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고 있다는 이유로 처음 본 외계 장비를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로리와 직업이 박사인지 군인인지 모를 정도로 액션에 뛰어난 재능을 보이는 케이시까지 인물의 설정이나 성격은 그야말로 황당하기 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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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와중에 자신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며 판을 벌여놓은 탓에 프레데터를 도심으로 불러들인 맥케나를 만난 지 몇 시간이 채 되지 않는 군인들이 목숨을 걸면서까지 도와주는 것이나, 그런 군인들에게 고마움을 표현하지는 못할망정 대위랍시고 명령하기 바쁜 맥케나의 이상한 전우애는 한심함 그 자체인 영화의 화룡점정을 찍는다.

무엇보다 황당한 것은 대체 감독은 이 영화에서 무엇에 더욱 포커스를 두고 싶었는지 도무지 알 수 없은 언밸런스함이다. 프레데터가 인간을 공격하는 장면들에서의 수위는 무기가 몸을 관통하고 사지가 절단되는 등 이 영화의 등급이 왜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인지 절로 납득하게 만든다. 그 반면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한없이 가볍다. 도무지 정이 가지 않는 주인공 맥케나의 오글거릴 정도로 능청스러운 대사나 행동들, 더불어 그가 만나는 군인들 저마다의 개성을 활용해 영화는 계속해서 말같지도 않은 개그를 선보이는데, 잔인한 액션과 황당한 유머의 이상한 공존은 무척 혼란스럽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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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 영화에서 가장 기대하는 부분일 프레데터의 활약 역시 썩 인상적이지 못하다. 특히나 후반부로 향할수록 더욱 강력하게 업그레이드되었다는 프레데터는 평생을 연구소에서 연구에만 몰두했을 박사 케이시에게 당할 정도로 무기력한 모습을 보인다. 이 또한 대체 어떻게 이 시나리오로 투자를 받고 제작을 할 수 있었는지 궁금하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이며, 이렇게나 형편없는 영화를 들고 와서는 뻔뻔하게 속편을 암시하면서 끝맺는 엔딩은 그야말로 기가 찰 노릇이다.

같은 날 개봉한 신작 <물괴>와 <더 프레데터>, 일종의 크리쳐가 등장한다는 점에서 유사하게 느껴지는 두 영화가 마치 누가 더 졸작인지 내기라도 한 것처럼 상상 그 이상의 퀄리티를 내놓으니 말이 안 나올 정도이며, 아마 잠들기 전까지 미처 언급하지 못한 단점들이 계속 생각날 것 같은 이 영화를 <아이언맨 3>와 <나이스 가이즈>의 셰인 블랙의 감독이 연출했다는 사실이 도무지 믿겨지지 않을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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