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원더풀 고스트>

<사랑과 영혼> 오마쥬 혹은 이상한 답습.

by 뭅스타

추석 연휴가 끝남과 함께 다시금 비수기가 시작됐음을 알리기라도 하는 듯 개봉작이 너무할 정도로 없는, 덕분에 본의아니게 영화 관람을 며칠간 쉬어야만 했던 상황에서 관람한 오늘의 영화 <원더풀 고스트>. 애시당초 기대치라곤 전혀 없던데다 평가마저 좋지 않아 큰 마음을 먹고 관람한 이 영화는 다행히 걱정했던 것보다는 볼 만했다. 다만 원체 기대치가 낮은 데에서 오는 뜻밖의 반사 효과일 뿐, 결코 만족스러운 영화는 아니었다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겠지만.

영화는 딸바보 유도 관장 장수와 현지와의 행복한 미래를 꿈꾸는 경찰 태진이 우연한 만남을 시작으로 사사건건 엮이는 것으로 시작한다. 서로에 대한 오해로 인해 갈등을 빚던 둘은 예기치 못한 사고를 겪게 되고, 이로 인해 코마 상태에 빠진 태진이 귀신의 형태로 장수의 앞에 나타나게 된다. 자신을 볼 수 있는 사람이 장수뿐임을 알게 된 태진은 마을에서 벌어지는 범죄를 해결하기 위해 장수에게 도움을 청한다.

ㄹㄹㄹㅇㅇ.jpg


앞서 말했듯이 결코 잘 만든 영화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이 영화가 생각했던 것만큼 나쁘지 않았던 가장 큰 이유는, 최소한 아무 생각 없이 관람할 만한 정도의 재미는 자아내기 때문이다. 초반부터 앞으로 어떤 내용이 펼쳐질지 훤히 보이고, 결국 마지막까지 예상을 조금도 빗나가지 않으면서 후반부의 전개는 감동을 선사해야겠다는 강박에 사로잡혀있는 것처럼 보일 정도이지만, 그럼에도 말도 안 되는 설정으로 짜증을 유발한다거나 황당함에 실소를 유발하지는 않는다. 영화의 러닝타임이 100분이 채 되지 않는 것도 다행스럽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렇게 가볍게 즐기기에 나쁘지 않다는 장점 아닌 장점을 제외하면 영화는 엉성하기 이를 데 없다. 무엇보다 억울하게 사고를 당하고 귀신이 된 남자, 그가 너무나도 사랑하는 한 여자, 그리고 귀신을 볼 수 있는 유일한 남자라는 주요 세 인물의 설정이 자연스럽게 <사랑과 영혼>을 떠올리게 만든다는 것은, 이 영화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다가온다. 기본적인 설정부터 후반부의 전개, 특히나 귀신이 된 주인공이 결정적인 순간에 물건을 다룰 수 있게 된다는 것까지 마치 <사랑과 영혼>의 리메이크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유사한 부분이 많은데, 결국 영화를 보다보면 대체 개봉한 지 30년이 다 되어가는 영화를 이렇게나 평범하게 답습하는 것이 신기하게 느껴질 정도이며, 그런 의미에서 결국은 성의없고 안일한 기획처럼 다가오기까지 한다.

ㄹㅇㅎㄹㅇ.jpg


'남을 도우면 언젠가 복이 온다' 라는 영화의 주제나 '행복하게 잘 살았답니다' 식의 엔딩을 봤을 때 감독은 결국 꽤나 착한 영화를 만들고 싶었던 것처럼 보인다. 그러면서도 마냥 착하기만 하면 안 될거라고 생각했는지 영화에 등장하는 사건 자체는 꽤나 무거운데, 문제는 바로 그 사건이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에 비해 필요 이상으로 과하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결국 여기서의 사건이란 불법 밀입국을 통해 성매매를 알선하는 범죄 행각을 뜻하는데, 굳이 이런 사건을 소재로 해야했으며, 굳이 영화에 등장하는 여성 캐릭터들을 그렇게나 폭력적으로 다뤘어야만 했는가에 대한 의문만을 남긴다. 그 외에도 결국 유일하게 태진을 볼 수 있는 장수가 태진의 부탁을 들어주기로 결심을 한 이후의 전개가 영화의 핵심이라고 했을 때, 이 둘이 의기투합하는 것이 극후반부가 되어서야 펼쳐진다는 것도 아쉽게 다가온다.


정리하자면, <사랑과 영혼>의 플롯을 그대로 가져와서는 거기에 굳이 이상한 설정들을 덧붙이며 더욱 조잡해지기만 한, 안일하고 당황스러운 영화였다고 말할 수 있을 듯하다. <너의 결혼식>에 이어 다시 한번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인 김영광 배우나 아쉬움만 남는 영화에서도 빛나는 호연을 보여준 이유영 배우의 활약은 인상적이지만 마동석 배우의 경우, 다시 한번 누구나 아는 '마동석 표 캐릭터'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긴다. 최근의 필모그래피를 봤을 때, 이름과 직업만 다를 뿐 성격은 너무나도 유사한 캐릭터만을 연기한다는 점에서 그만의 개성이 조금은 과하게 소모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더 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