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파이널 포트레이트>

독특한 전개 속에서 전기 영화로써의 역할을 충실히 해낸다.

by 뭅스타

10월의 첫 영화로 제프리 러쉬와 아미 해머가 주연을 맡은 <파이널 포트레이트>를 관람하였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헝거게임> 시리즈 등 다양한 작품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준 스탠리 투치가 오랜만에 배우가 아닌 감독으로서 메가폰을 잡은 이 영화는, 알베르토 자코메티라는 예술가의 고뇌와 예술을 대하는 태도를 인상적으로 그려낸 작품이었다.

1964년의 프랑스 파리를 배경으로 하는 이 영화는, 독특한 작품 세계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던 자코메티가 그의 벗이자 작가 제임스 로드에게 초상화 모델이 되어주기를 부탁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틀 뒤 뉴욕으로 돌아갈 예정이었던 제임스는 몇 시간이면 끝난다는 말에 흔쾌히 자코메티의 요구를 들어주는데, 자코메티가 좀처럼 자신의 그림에 만족하지 못하면서 초상화 작업은 기약없이 길어져만 간다.


영화의 제목부터가 <파이널 포트레이트>, 즉 마지막 초상화인 만큼 영화는 오로지 자코메티가 제임스의 초상화를 그려가는 며칠동안만을 집중적으로 다룬다. 90분의 러닝타임 중 대부분을 자코메티의 작업에서의 두 인물의 대화로 채워가며 초상화를 완성해나가는 과정을 제외하면 특별한 갈등이나 뚜렷한 기승전결의 스토리라인도 없다.

그런 만큼 자칫 그저 비슷한 장면이 반복적으로 그려지기만 하는 따분한 영화로 흘러갈수도 있는데, 영화는 희한하게도 꽤나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조각가 자코메티를 주인공으로 내세웠지만 그의 생애를 집중적으로 조명하기보단 단 며칠의 이야기만을 다루는 독특한 전개 속에서도 그가 예술을 어떤 태도로 대했는지, 그리고 그가 말년에 어떤 삶을 살았는지 인상적으로 묘사해낸단 점에서 한편의 전기 영화로써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는 듯 보인다.

ㄴㄹ.jpg


무엇보다 이 영화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힘은 두 배우의 활약이다. <맨 프롬 엉클>과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등을 통해 국내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아미 해머는 또다른 주인공이자 관객의 입장을 대변하는 관찰자 제임스를 안정적으로 소화해낸다. 제임스의 초상화를 그려나가는 것이 영화의 핵심인 만큼 영화 내내 그의 얼굴을 클로즈업으로 담아내고 때때로 귀여운 매력까지 풍기는 만큼 그의 팬이라면 충분히 만족스러운 관람이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

한편, 아미 해머의 연기가 안정적이라면 제프리 러쉬의 연기는 가히 놀랍기까지 하다. 겉모습부터 자코메티를 그대로 재현한 제프리 러쉬는 까칠하면서도 열정적인 한 명의 예술가 캐릭터를 너무나 훌륭히 소화해낸다. <베스트 오퍼>를 봤을 때도 느꼈지만 오랜 연기 경력을 바탕으로 한 관록의 연기를 보고 있노라면, 앞으로도 조연이 아닌 주연으로활약하는 그의 연기를 더욱 자주 만나고 싶어진다.

ㅇㅍ.jpg


정리하자면 이렇다 할 갈등이 없는 단조로운 전개에 다소 호불호가 갈릴 수는 있을 듯하지만, '알베르토 자코메티에게 바치는 헌사'라고 밝힌 감독의 연출 의도에 철저히 부합하는 제법 매력적인 영화였다고 말할 수 있겠다. 언제가 될지는 몰라도 다시 한번 한국에서 자코메티 전시회가 개최되면 그때는 꼭 가봐야겠다는 결심은 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원더풀 고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