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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돌이 푸 다시 만나 행복해>

각박한 삶을 살아가는 모든 어른들을 향한 소소한 위로.

by 뭅스타

개봉작을 정복하겠다는 일념 하에 매일 한 편의 영화를 관람하고 있는 요즘, 오늘은 요새 애니메이션 실사화에 제대로 꽂힌 디즈니의 신작 <곰돌이 푸 다시 만나 행복해>를 관람하였다. <Christopher Robin>이라는 원제가 어떻게 <곰돌이 푸 다시 만나 행복해>로 바뀔 수 있는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하며 관람한 이 영화는, 결국 영화를 보고 나니 나 또한 곰돌이 푸에게 다시 만나 행복하다고 말하고 싶어 지는 작품이었다. 어른들의 동심을 제대로 자극하며 예상치 못한 큰 감동과 위로를 선사해오던 디즈니가, 또 한번 '디즈니'한 영화였다고 할까.


동화 '위니 더 푸'를 바탕으로 디즈니가 동명의 애니메이션을 제작한 지 40년 여 흐른 시점에서 개봉한 이 영화는, 크리스토퍼 로빈이 푸와 친구들을 떠나면서 끝맺는 원작의 엔딩에서 출발한다. 헌드레드 에이커 숲에서의 추억을 절대 잃지 않겠다고 약속한 크리스토퍼 로빈은 일찍 아버지를 잃고 가장이 되어야 했던 어린 시절을 거쳐 사랑하는 연인을 두고 전쟁에 나가야 했던 청소년기, 그리고 상사의 독촉과 직원들의 기대 사이에서 찌들어가는 현재에 이르기까지, 결코 녹록지 않은 삶을 살아가면서 점차 지쳐가고 그렇게 어른이 되어간다. 그렇게 각박한 삶 속에서 고민에 빠져있던 그의 앞에 어린 시절 친구 푸가 나타나면서 영화는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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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에서 알 수 있듯 영화의 주인공은 곰돌이 푸가 아니라 크리스토퍼 로빈이며, 그는 결국 푸를 마냥 사랑스럽고 귀엽게 바라볼 어린이가 아닌 현실에 부딪히고 괴로워하는 어른이다. 그런 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가족과 함께 주말을 보내며 쌓는 추억도, 오랜만에 만난 푸와의 시간도 아닌 상사의 독촉 속에서 어떻게 직장의 문제를 해결하느냐이다. 그런 만큼 아빠와 함께 보낼 시간을 고대해 온 딸의 기대를 깨뜨리고 다시 만난 크리스토퍼에게 반가움을 표하는 푸에게도 쌀쌀맞기만 하다. 만약 내가 한참 더 어린 나이에 이 영화를 보았더라면 가족과 친구에게 소홀한 크리스토퍼 로빈이 마냥 못마땅했을지도 모르겠지만, 30대를 눈앞에 둔 지금의 시점에서 이 영화 속 크리스토퍼 로빈은 참 짠하고 안타깝게 느껴진다.


결국 우리네 현실은 동화처럼 행복하지만은 않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든,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서든, 혹은 또 다른 이유 때문이 든 계속해서 돈을 벌어야만 하는 것이 현실이며, 이 현실 속에서 우리들은 크리스토퍼 로빈처럼 어린 시절의 추억은 잠시 잊어버린 채 이토록 치열하고 처절한 삶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런 만큼 어린 크리스토퍼 로빈이 점점 성장해 어른이 되어버린 초반부의 몽타주 시퀀스부터 왠지 모를 묘한 기분을 선사하던 영화는, 그런 만큼 그가 푸를 만나 잃어버린 동심을 찾게 되는 중반부 이후의 전개에서 꽤나 뭉클한 감동을 선사한다.



애니메이션에서의 생김새와는 다소 차이가 있는 터라 스틸컷이 공개된 후 적잖은 충격을 선사했던 푸와 친구들은 무척 자연스러운 CG 속에서 각자만의 개성을 그대로 드러낸다. 피글렛, 티거, 이요르 등 각양각색의 매력으로 중무장한 캐릭터들의 활약이 영화의 활약을 더해준다면, 우리의 친구 푸는 명언 제조기답게 내뱉는 대사 한마디 한마디가 가슴속 어딘가를 쿡쿡 찌른다. 삶에 찌들어있는 크리스토퍼 로빈에게 소중한 것을 잊은 채 살아가고 있음을 일깨워주는 푸의 대사들은 그의 순수함 속에서 나오는 것이기에 크리스토퍼 로빈에게, 그리고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게 더욱 효과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한다.


한편 영화는 개연성 측면에서는 다소 아쉬움을 남기기도 하는데, 푸와 친구들의 개성에서 뿜어 나오는 사랑스러움과 현실에 지쳐있는 어른들에게 던져주는 소소하지만 확실한 위로의 메시지는 몇몇 단점들을 충분히 보완해낸다. 결론적으로, 하루하루 녹록지만은 않은 삶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추천해주고 싶은 영화라고 말할 수 있을 듯하며 특히나 <토이스토리 3>의 엔딩이나 <인사이드 아웃>의 빙봉 시퀀스가 선사했던 감동을 다시 한번 느끼고 싶은, 그리고 곰돌이 푸가 어린 시절의 추억 한편에 자리 잡고 있는 이들이라면 더더욱 이 영화와 사랑에 빠지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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