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난하지만 소소한 재미를 선사하는, 또 한 편의 하이틴 로맨스.
동명의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 <에브리데이>를 관람하였다. 간단히 말해, 이 영화는 결국 흔한 미국 하이틴 로맨스물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지만 무난히 즐기기엔 나름 매력적인 작품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영화는 매일 다른 사람의 몸에서 깨어나는 누군가가 그토록 독특한 경험 도중 만난 리아넌을 사랑하게 되며 벌어지는 일들을 다룬다. 형태가 매일 바뀌는 자신을 A라고 칭하는 그는 다른 사람의 몸으로 생활하는 하루 동안 최대한 그들의 원래 삶에 영향을 끼치지 않고자 하는데, 그런 그의 다짐은 리아넌을 만나면서 자연스럽게 무너지게 된다.
소재 자체가 유사할뿐더러 배급사에도 계속 언급하는 만큼 영화는 자연스럽게 백종열 감독의 <뷰티 인사이드>를 떠오르게 한다. 두 영화는 매일 다른 얼굴로 깨어난다는 점에서 분명 유사점을 갖지만 <뷰티 인사이드>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인물로 바뀌는 것과 달리 <에브리데이>는 실제로 각자의 삶이 있는 누군가의 몸으로 들어간다는 점에서 분명한 차이점을 보이며, 결국 이러한 차이는 이 영화만의 차별화되는 개성을 선사하는 가장 큰 힘으로 작용한다.
매일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는 주인공이라는 소재부터 현실성과는 거리가 먼 만큼 결국 영화에서 중요한 것은 그 황당할 수 있는 설정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풀어내느냐이다. 그리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영화는 최소한 <뷰티 인사이드>보단 거의 모든 면에서 설득력을 갖췄다. 딱 원작 광고에서 다뤄진 부분까진 좋았지만 이후 창작한 스토리에서 급격히 개연성을 잃으며 처참히 무너진 <뷰티 인사이드>와 달리 이 영화는 매일 모습이 바뀌는 A가 그동안 어떻게 살아왔으며 어떤 고충을 겪었는지 등 관객이 자연스럽게 의문을 갖는 부분에 대해 친절히 설명을 덧붙인다. 더불어 대체 매일 모습이 바뀌는데 어떻게 체코까지 갔는지 모를 그 영화에 비해 결말 역시 보다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영화는 특별히 어떤 교훈을 주기 위해 애쓴다기보단 철저히 하이틴 로맨스의 공식을 그대로 따른다. 대신 그 공식이 독특한 소재와 맞물리며 벌어지는 일들에서 재미를 자아내는데, 무난하게 즐길 수 있는 미국 하이틴물로써 생기발랄한 에너지를 내뿜고 있으며 로맨스가 주가 되는 가운데에서 가족에 대한 이야기까지 나름 균형 있게 다뤄낸다. '과연 리아넌의 입장이라면 매일 모습이 바뀌는 A와 사랑에 빠질 수 있을까'라는 점에서 어쩌면 리아넌의 행동을 마냥 이해하기 어렵기도 한데, 그 부분 또한 감성적인 분위기 속에서 잘 메워준다.
영화에서 가장 큰 딜레마로 작용하는 것은 '매일 모습이 바뀌는 사람과 사랑할 수 있는가'와 함께 '다른 사람의 인생을 함부로 건드릴 수 있는가'에 관한 것이다. 누군가의 몸에 하루 동안 빙의된 채 살아가야 하는 A와 그런 A를 사랑하게 된 라이넌의 이야기는 영화 중간중간 맞이하는 크고 작은 갈등들을 통해 계속 이 핵심 주제를 건드리는데, 이때 '만약에 ~라면'이라는 가정 하에 펼쳐지는 상상의 시퀀스는 영화의 주제를 더욱 극대화하며, 너무 사랑하지만 함께 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인 둘의 사랑을 더욱 안타깝게 만든다.
물론 기본적인 설정처럼 다뤄지던 어떤 것을 깨뜨리면서 다소 당황스럽게 다가오는 지점도 있고 여운을 미처 느낄 새도 없이 끝나버리는 엔딩에 대한 아쉬움이 남기도 하지만, 마치 지난 6월 개봉한 <미드나잇 선>이 그러했듯 가볍게 즐기는 로맨스물로썬 제 역할을 해내는 작품이었다고 정리할 수 있겠다. 라이넌을 연기한 <나이스 가이즈>의 앵거리 라이스를 비롯해 <쥬라기 월드 : 폴른 킹덤>의 저스티스 스미스, <그것>의 오웬 티그, <우리의 20세기>의 루카스 제이드 주먼 등 앞으로의 활약이 기대되는 하이틴 배우들을 한 번에 만날 수 있다는 즐거움은 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