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형적인 스토리를 커버하는 음악의 힘만큼은.
그야말로 영화가 쏟아지는 이번 달 개봉작 중 가장 기대가 컸던 <스타 이즈 본>. 브래들리 쿠퍼의 연출 데뷔작이자 레이디 가가가 주연을 맡은 이 영화는, 매력적인 음악들과 인상적인 연기가 눈과 귀를 사로잡는 것은 분명하지만 하늘을 치솟았던 기대치를 완전히 충족시켜주지는 못한 작품이었다.
영화는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가수 잭슨이 우연히 들른 바에서 놀라운 가창력을 갖춘 앨리를 만나는 것으로 시작한다. 앨리의 진가를 알아본 잭슨은 그녀가 재능을 떨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음악으로 연결된 둘은 자연스럽게 사랑을 키워나간다. 하지만, 앞으로 행복한 일들만 펼쳐질 것 같던 이들의 관계는 잭슨이 어린 시절의 상처와 가수로서의 슬럼프 때문에 힘들어하며 뜻하지 않은 위기를 맞이하고 만다.
음악을 소재로 하는 데다 주연을 맡은 배우가 레이디 가가인 만큼,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이 영화에서 가장 기대했던 것은 단연 음악이다. 그리고 최소한 이 부분에서만큼은 기대치를 200% 충족시켜준다. 영화에는 주연을 맡은 두 배우 브래들리 쿠퍼와 레이디 가가가 직접 가창과 연주를 맡은 음악들이 내내 펼쳐지는데, 모든 삽입곡들은 어느 하나 빠짐없이 뇌리에 제대로 박히며 굉장한 매력을 자아낸다. 브래들리 쿠퍼가 부르는 첫 곡 'Black Eyes'부터 'Shallow', 'Always Remember Us This Way', 'Too Far Gone', 그리고 'I'll Never Love Again'에 이르기까지, 가사와 멜로디 모두 무척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다양한 삽입곡들은 자연스럽게 OST 앨범을 구매해야겠다는 충동을 일게 만들 정도이다. (그리고 실제로 질러버리고 말았다.)
음악이 이 영화의 최대 강점이라면, 두 번째 매력 포인트로는 두 배우의 열연을 꼽을 수 있다. 어떤 면에선 그가 연기한 그 어떤 캐릭터보다 어둡고 우울하게 느껴지는 잭슨을 연기한 브래들리 쿠퍼는 과거와 현재의 경험으로 인해 점점 구덩이에 빠져버리고 마는 인물을 무척 훌륭히 소화해낸다. 하지만 영화에서 더욱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레이디 가가의 호연인데 오로지 <씬 시티 : 다크히어로의 부활>에서의 적은 비중의 연기만을 접한 상황에서, 영화 내내 그녀가 선보이는 다양한 감정 연기는 그녀가 가수로서도, 배우로서도 얼마나 뛰어난 재능을 가졌는지를 충분히 깨닫게 만든다. 내년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로 이름을 올릴 것이라는 해외의 예측이 어쩌면 실제로 이뤄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물씬하게 만든달까.
스토리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잭슨과 앨리가 만나 음악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사랑을 싹 틔워 가는 과정은 꽤나 흥미롭게 다가온다. 하지만 문제는 중반부 이후의 스토리가 지나치게 전형적으로 느껴진다는 점이다. 어린 시절 알코올 중독이었던 아버지에게 받은 상처, 그리고 가수로서 슬럼프를 맞이한 상황에서 아내 앨리는 대성공을 거두는 데에서 오는 복합적인 심정 등으로 인해 잭슨이 스스로를 나락에 빠뜨리는 과정은 어떤 면에선 그저 평이하고 무난한 전개처럼 다가온다.
아마도 이 영화가 1937년을 시작으로 1954년과 1976년에 이미 두 차례 리메이크된 바 있는 동명의 영화를 또 한 번 리메이크한 작품인 만큼, 다시 말해 수십 년 전에 만들어진 영화의 플롯 방식을 따르는 만큼 그러한 스토리 상의 전형성은 불가피한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초반의 에너지에 비해 급격히 힘을 잃고 마는 후반부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듯하다.
음악을 소재로 한 영화를 통해 비유하자면, <원스>부터 <싱 스트리트>까지 이어지는 존 카니 감독의 음악 3부작처럼 삽입곡과 스토리가 모두 매력적으로 다가온 영화라기보다는 음악이 선사하는 임팩트를 스토리가 미처 따라가지 못한 느낌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그러나 두 배우의 감정선을 따라가는 것만으로 135분의 러닝타임이 순식간에 흘러간 것처럼 느껴진 만큼, 더불어 레이디 가가가 영화 내내 그녀의 풍부한 성량과 놀라운 가창력을 라이브로 선보이는 만큼 조만간 재관람에 나서지 않을까 싶으며, 브래들리 쿠퍼의 연출 데뷔작으로써 감독으로서 그가 선보일 작품 세계에 대한 기대를 갖게 만들기엔 충분한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