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미쓰백>

주제를 전달하는 방식에 굳이 과한 묘사가 필요했을까.

by 뭅스타

꽤나 강렬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포스터가 인상적이었던 그 영화 <미쓰백>을 관람하였다 크게 관심이 가는 영화는 아니었지만 생각 이상으로 전문가들의 평가가 좋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관람한 이 영화는, 간단명료하게 소감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소소한 장점들은 분명히 존재하지만 너무나도 큰 단점 하나가 많은 장점들을 상쇄시키고 마는 작품이었다고.

영화는 어린 시절 자신을 두고 떠나간 어머니에 대한 원망과 고등학교 시절 저지른 범죄로 인해 마음이 망가진 '미쓰백' 상아의 이야기를 그려나간다. 활발하게 일을 하며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던 그녀는 몹시도 가녀리고 초췌해 보이는 소녀 지은과 마주하고, 어린 시절의 자신을 보는 듯한 그 소녀에게 자연스럽게 동정과 연민을 느끼게 된다. 상아는 지은이 가정에서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음을 알고, 한없이 서툴고 어색한 방법으로나마 그녀를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미1.jpg


포스터와 스틸컷이 공개된 후 가장 화제가 되었던 것은 단연 한지민의 연기 변신이다. 이미 몇몇 전작에서부터 전형적인 이미지를 탈피하고자 한 것처럼 보이지만 큰 임팩트를 선사하지 못했던 그녀는 피도 눈물도 없을 것 같은 상아를 연기하면서 비로소 이전과는 전혀 다른 이미지를 제대로 구현해낸다. 단순히 이미지 탈피를 벗어나 최소한 영화 필모그래피 중에선 가히 그녀의 정점을 찍은 것처럼 보이기도. 더불어 어떤 영화에서든 역할을 충실히 해내는 이희준 배우와 <마돈나> 때 이미 더욱 많은 주목을 받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권소현 배우의 연기 또한 무척 인상적으로 다가오며, <아저씨>에서의 김새론 배우를 떠올리게 만드는 2008년생의 배우 김시아의 활약도 두드러진다.

영화의 주제는 굉장히 명확하다. 영화는 극 중에서 지은이 겪는 상황은 물론 유사한 상황에 내려지는 처벌을 뉴스로 다루는 방식 등을 통해, 우리 주위에 존재하는 아동 학대에 대한 문제점, 더불어 아동 학대가 발생했을 때 이에 대해 제대로 처벌하지 못하는 사회 구조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는 작품처럼 보인다. 비슷한 소재, 비슷한 스토리의 영화 중 단순히 볼거리를 자아내는 데에 그칠 뿐 뚜렷한 메시지를 전달하지 못하는 작품이 많은 만큼, 끝난 이후에도 계속 곱씹어보게 만드는 확실한 주제를 내포하고 있을뿐더러 이를 효과적으로 전달한 방식은 분명 이 영화의 강점처럼 다가온다.

미4.jpg


여기까지가 영화의 장점이라면 서론에서 말했던 것처럼 이후에 언급할 단점은 개인적으로 굉장히 치명적으로 다가온다. 영화를 보는 누구라도 아동 학대는 잘못된 것이며 아동을 학대하는 대상이 아무렇지 않은 듯 살아가는 것 역시 결코 옳지 못한 것임을 잘 알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구태여 지은이 친부 일곤과 그의 여자 친구 미경에게 학대를 당하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묘사한다. 일곤과 미경은 지은을 화장실과 세탁실에 감금한 후 그녀에게 무자비한 폭력을 가하며, 그 상황에서 지은은 추위에 벌벌 떨면서 물 한 모금 마시기 위해 애를 쓴다.

<룸>이나 <플로리다 프로젝트> 같은 외국 영화를 예를 들 것도 없이 올해 개봉한 한국 영화 중에서도, <허스토리>는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면서도 그들의 과거를 그려내지 않았고 연쇄 살인이 주요 소재로 등장하는 <암수 살인>에서도 살인에 대한 묘사를 최대한 자제함으로써 피해자들에 대한 배려를 보였다. 그러나 이 영화는, 심지어 결국 아동 학대가 잘못된 것임을 이야기하고 있는 영화이기에 더욱 불쾌하고 불편하기 짝이 없는 장면 묘사가 수시로 이어진다. 이는 결코 아동 학대의 피해자들에 대한 예의, 혹은 영화가 갖춰야 할 미덕과는 거리가 있는 것처럼 느껴지며 그런 만큼 주제와 장면 묘사가 서로 끔찍한 모순을 보이고 있는 것처럼 느껴질 뿐이다.

미3.jpg


정리하자면, 앞서 말한 것처럼 배우들의 연기는 무척 인상적으로 느껴지며 감독의 연출 의도를 분명히 하는 확실한 주제 의식 또한 제법 강점으로 다가오는 작품이지만, 피해자를 다루는 영화가 갖춰야 할 최소한의 태도를 제대로 취하고 있지 못한 듯한 표현 방식은 제아무리 메시지가 좋다 한들 영 불편하게만 다가오는 작품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무조건 직접적인 장면 묘사만이 전하고자 하는 바를 뚜렷하게 전달할 수 있는 방식이 아님을, 어쩌면 장면을 전시하는 그 자체가 또 하나의 학대를 행하고 있는 것임을.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스타 이즈 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