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끔찍하기 짝이 없는 애니메이션.
브런치 무비 패스 시사회를 통해 관람하게 된 오늘의 영화 <펭귄 하이웨이>. 부국제에서 상영한 이후의 평가가 마냥 좋지만은 않은 터라 무난한 정도만은 되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관람한 이 영화는, 정말이지 무슨 말을 해야 될지 모를 정도로 최악이었다. 아마 지금까지 관람한 애니메이션 중에서, 그리고 앞으로 관람할 애니메이션 중에서도 이보다 최악인 작품은 없을 거라고 확신할 수 있을 정도였달까.
영화는 자신이 어른이 되면 엄청난 인재가 되어있을 것이라고 확신하는 소년 야오야마가 살아가는 마을에 펭귄들이 출몰하며 벌어지는 일들을 그려나간다. 무엇이든 연구하기 좋아하는 야오야마는 친구 우치다와 함께 어떻게 펭귄이 마을에 오게 되었는지 조사해나가는데, 그런 도중 좋아하는 치과 누나와 연관된 놀라운 비밀을 마주하게 된다.
평화롭던 마을에 의문의 펭귄들이 출몰한다는 영화의 초반 설정은 꽤나 독특하게 느껴진다. 이후 야망 넘치는 야오야마가 이른바 '펭귄 하이웨이'라는 이름의 연구를 진행하면서 펭귄 출현에 관한 비밀을 발견하게 되는 과정까지도 제법 흥미롭게 다가오며 이후 전개에 대한 호기심을 자아낸다. 지극히 전형적인 그림체이긴 하나 영화의 아기자기함을 더하는 작화 또한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이 영화가 인상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딱 거기까지이다. 이후 영화의 전개는 산으로 가다 못해 기어코 산 정상을 찍어버린다. 야오야마가 호감을 갖는 누나가 펭귄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설정, 정체를 알 수 없는 '바다'와 커버워크의 등장 등 조금도 설득력을 갖추지 못하는 상황이 연이어 펼쳐지는 만큼 극도의 당혹감을 안겨주고 만다.
지금껏 관람한 애니메이션의 주인공 중 가장 정 주기 힘든 캐릭터 야오야마를 비롯해 영화에 등장하는 그 누구도 뚜렷한 개성을 발휘하지 못하는 가운데, 과연 이 영화의 타겟층이 누구인지도 불분명하기만 하다. 펭귄의 귀여운 모습을 통해 아이들의 관심을 끌고자 했다기엔 각종 과학 용어가 등장하는 후반부는 괴상하게 느껴지기도 하며, 성인을 타겟층으로 했다기엔 개연성을 잃어버린 스토리가 유치하게 다가온다.
무엇보다 최악이었던 것은, 스스로를 남들보다 뛰어난 존재라고 믿고 무엇이든 연구해나가는 야오야마가 엄마는 물론 치과 누나의 가슴까지 연구한다는 설정이다. 초등학교 4학년이 여성의 가슴을 좋아해 이를 연구하고자 한다는 것이나, 그에 맞춰 여성의 가슴을 굳이 확대해서 묘사하는 적지 않은 장면들은, 그야말로 더럽고 추잡하다.
펭귄이 동네에 등장한다는 기본적인 설정 이후에 펼쳐지는 꽤나 독특한 SF 판타지가 분명 참신하게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아마도 그러한 상상력을 개연성 없이 황당함의 연속으로 풀어낸 방식이나 근거 없는 자신감이 넘치는 소년의 짜증만 유발하는 모험기는 그저 영화가 얼른 끝나기만을 바라게 만들 뿐이다. (그 와중에 심지어 영화는 꽤 길기까지 하다.) 이미 엎질러진 것을 수습하기 위해 말 같지도 않은 설정들을 계속 끼얹으면서 괴상해져 버리는 전개를 보고 있노라면, 정녕 원작 소설도 이런 건지 궁금하게 만들기는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