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트 맨>

광활한 우주에 도전한 한 인물의 휴먼 드라마.

by 뭅스타

두 달 여를 남겨둔 올해의 개봉 예정작 중 단연 최고 기대작이었던 그 영화 <퍼스트 맨>을 관람하였다. (개봉일 용아맥 조조를 잘 예매해놓고 그에 맞춰 잘 일어나 놓고도, 영화 시간을 착각해 용산에서 못 본 것은 참 아쉽지만.) <위플래쉬>와 <라라랜드>로 연이어 굉장한 충격을 선사한 데이미언 샤젤 감독이 내놓은 이 영화는, 여러 우여곡절 속에서 꿈을 좇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낸 작품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영화의 주인공은 닐 암스트롱이다. 이미 그것에서부터 영화는 미리 결말을 알려주고 가는 셈이다. 인류 최초로 달 착륙에 성공한 인물이자 아마도 그 사실을 전 세계 웬만한 사람들이 알고 있을 상황에서 영화는 어떻게 그가 NASA의 우주 비행사로서 아폴로 11호에 몸을 싣고 달에 발을 디디게 되었는지를 차분하면서도 담담하게 그려나간다.


이 영화에서 무엇보다 흥미로운 점은 닐 암스트롱의 달 착륙이라는 역사적인 사건을 소재로 하면서 이것을 미국의 위대한 역사가 아닌, 철저히 닐 암스트롱이라는 인물의 도전에 포커스를 맞춰 풀어나간다는 점이다. 영화 속 닐은 밝게 웃는 모습을 보기 힘들 정도로 어딘가 우울하고 불안한 정서를 유지한다. 그도 그럴 것이 영화는 오프닝부터 그의 딸 캐런의 죽음으로 시작하고, 함께 우주 비행에 도전한 동료 비행사들은 하나 둘 죽음을 맞이한다. 자신도 목숨을 잃을지 모르는 위험한 도전, 사랑하는 가족에게 충실하지 못한다는 죄책감 속에서 닐은 그에게 주어진 임무를 향해 묵묵히 나아간다.

'<그래비티>, <인터스텔라>를 잇는 최고의 우주 영화'라는 예고편 카피가 무색할 만큼 영화에서 광활한 우주의 모습은 그리 많이 등장하지 않는다. (이는 영화의 소재 상 이미 충분히 예상 가능했던 부분이었기에 무척 의아한 카피처럼 느껴지긴 했다.) 그렇기에 엄청난 비주얼로 마음을 사로잡는 우주 영화를 기대하고 본다면 다소 실망할 가능성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아폴론 11호가 달에 착륙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후반부 시퀀스만큼은 굉장히 강렬하고, 때때로 경이롭게까지 느껴진다. 그리고 최소한 이 후반부만큼은 '최고의 우주 영화'라고 불리기에 손색없이 느껴지기도 한다.

sdfs.jpg


다시 한번 감독과 호흡을 맞춘 라이언 고슬링은 여러 상황을 겪으며 불안해하고 고독해하는 인물 닐을 훌륭히 소화해낸다. 복합적인 감정이 한데 섞여있는 듯한 그만의 눈빛과 표정이 선사하는 왠지 모를 씁쓸함이 이번 영화에서도 제대로 빛을 발한 느낌이랄까. 마냥 남편의 무사 귀환을 바라는 부수적인 인물이 아닌 가정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적극적인 태도를 취하는 재닛 역의 클레어 포이의 연기 또한 인상적으로 다가오며, 눈을 감고 음악만 들으면 자연스럽게 <라라랜드>의 장면들이 떠오를 만큼 때때로 꽤나 감미롭게 느껴지는 저스틴 허위츠의 음악 역시 무척 돋보인다.

마치 숙명과도 같은 임무를 향해 나아가는 닐의 휴먼 드라마로써 매력이 물씬 느껴지는 작품이지만, 영화를 보는 동안 이제껏 느껴보지 못한 강렬함을 안겨준 감독의 전작 <위플래쉬>나 <라라랜드>에 비해선 조금 평이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한 인물의 심리를 깊게 파고드는 연출이 흥미롭게 느껴지기는 하나 141분이라는 짧지만은 않은 러닝타임의 대부분이 정적인 분위기로 진행되는 만큼 다소 루즈하게 다가오는 부분들이 더러 있는 것도 사실이며, 이미 모두가 아는 실화를 다루는 영화로써 갖는 어쩔 수 없는 한계가 느껴지기도 한다.

sdf.jpg


단숨에 그를 전 세계가 주목하는 감독으로 부상하게 만든 두 작품과 달리 실화를 소재로 하기 때문인지 몰라도, 이전 영화들을 보면서 '이게 데이미언 샤젤의 스타일이구나'라고 느꼈던 부분들이 크게 두드러지지 않는 것은 분명하며, 그의 차기작이라는 점에서 갖게 된 엄청난 기대치를 충족시켜주기엔 조금 무난하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미국 역사에 길이 남을 사건, 길이 남을 인물을 다루면서도 이를 누구도 성공하지 못한 일을 해낸 뛰어난 영웅이 아닌 두려움과 부담감 속에서 고뇌하고 방황하는 한 인물의 이야기로 그려낸 점만큼은 마찬가지로 꿈을 향해 나아가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린 감독의 전작들처럼, 뜨거우면서도 강렬한 여운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펭귄 하이웨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