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탠저린>

유쾌하면서도 씁쓸한, LA 다운타운의 민낯

by 뭅스타

1월 25일 개봉한 션 베이커 감독의 <탠저린>. 지난 2015년에 발표해 유수 영화제에 초청된 바 있는 작품이지만 국내에선 3년이 지나 개봉하게 된 이 작품은 트랜스젠더를 중심으로 이민자, 창녀, 포주 등 비주류로 분류되는 이들이 겪는 실로 다이내믹한 크리스마스이브 하루 동안의 이야기를 유쾌하면서도 씁쓸하게 그려낸다.


영화는 감옥에서 28일 만에 출소한 신디가 절친 알렉산드라에게 충격적인 소식을 듣게 되는 것으로 시작한다. 바로 자신이 수감된 사이 남자 친구 체스터와 다른 여자와 바람을 피웠다는 것. 이때부터 신디는 체스터와 바람피운 상대를 찾기 위해 사방팔방 수소문을 하기 시작한다. 같은 시각 아르메니아 출신 택시기사 라즈믹은 그가 호감을 느끼던 신디가 출소했다는 소식을 듣고 그녀를 찾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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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굉장히 힙하고 쿨하다고 할 수 있다. 말할 때마다 각종 욕설을 난무하는 인물들의 대사는 그 자체로 톡톡 튀며 펑키하고 역동적인 음악들도 영화의 개성을 더하는데 크게 한몫한다. 여기에 아마 곧 개봉할 <플로리다 프로젝트>에서 제대로 두드러질 것 같은 감각적인 영상미 역시 모든 장면을 전문적인 카메라가 아닌 아이폰5S로 촬영했음에도 불구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앞서 언급했듯 사회의 변두리로 내몰리는 이들의 이야기를 다루면서도 영화는 그들을 동정과 연민의 시선으로 지켜보게 만들지 않는다. 대신 그들의 거칠고 투박한 삶을 고스란히 담아낼 뿐이다. 성매매를 통해 생계를 유지하는 트랜스젠더들, 성매매를 알선하는 포주, 아내와 자식이 있음에도 트랜스젠더 여성들과의 성매매를 즐기는 이민자까지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불안정하고 부도덕적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 희한하게도 그들의 이야기는 상당히 흥미진진하고 러닝타임 내내 상당히 몰입감을 이끌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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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이 점이 영화가 갖는 가장 큰 매력 포인트일 것이다. 보는 이들에 따라 어떤 면에선 다소 거북하게도 느껴질 수 있겠지만 어쩌면 지금 이 순간에도 행해지고 있을 그들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낸 이 영화는 그저 아름답기만 할 것 같은 로스앤젤레스의 또 다른 면을 간접적으로 체험하게 해준다. 그리고 이 생동감 넘치는 민낯은 길거리에서 캐스팅되었다는 실제 트랜스젠더 여성들의 활력 넘치는 연기와 어우러져 더욱 사실적으로 느껴진다.


각양각색 캐릭터들의 활약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내내 흥미롭게 다가오다가 모든 캐릭터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후반부 도넛 가게 시퀀스에서 그 재미를 극대화하는 이 영화는 마지막에 이르러선 그들을 향한 따사로운 시선도 빼놓지 않는다. 출소하자마자 자신의 남자 친구가 바람났다는 사실을 알게 된 신디와 그토록 고대하던 자신의 파티를 씁쓸하게 맞이한 알렉산드라, 그야말로 최악의 크리스마스를 보낸 그들이 결국 그 고달프고 괴로운 삶 속에서 의지할 데라곤 서로밖에 없다는 것을 알게 되는 마지막 순간은 제법 짠하고 쓸쓸하게 느껴진다. 계속 유쾌하게 흘러가는 그대로를 즐기다 보면 그 끝에는 꽤나 씁쓸한 여운을 자아내는 영화라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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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가 소재인 만큼 분명 적잖은 이들에겐 쉽게 도전하기 힘들기만 한 영화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기존에 갖고 있는 선입견을 잠시 내려놓고 생동감 넘치는 캐릭터들의 활약상을 있는 그대로 즐긴다면, 그 방법은 다소 다를지라도 결국 이토록 험한 세상을 살아가는 또 다른 이들의 이야기를 제법 흥미롭게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영화를 보고 나니 감독의 차기작 <플로리다 프로젝트>를 더욱 빨리 만나보고 싶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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