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쌓아오던 탑을 무너뜨리고 마는 후반부의 전개.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유일하게 예매에 실패해 보지 못했던 그 영화 <양의 나무>를 관람하였다. <키리시마가 동아리 활동 그만둔대>와 <종이달>은 물론이고, 다소 당황스러웠던 <아름다운 별>도 나름 흥미롭게 관람한 만큼 요시다 다이하치 감독의 신작이라는 것만으로도 기대를 할 수밖에 없던 이 영화는 예측할 수 없는 스토리가 선사하는 몰입감이 제법 크게 느껴진 작품이었다.
영화는 한적한 어촌 마을 우오부카에서 시청 직원으로 일하는 츠키시에가 상사의 지시로 새로 전입 온 6명을 마중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어딘가 남다른 분위기를 풍기는 그들을 한 명 한 명 마중하던 츠키시에는 그들 모두가 전과자임을 알게 되고, 징역을 선고받은 전과자들에게 10년 간 마을에 머물게 함으로써 갱생할 기회를 주는 프로젝트가 진행 중임을 알게 된다. 그렇게 여섯 명의 전과자를 새로 맞이하게 된 우오부카 마을은 이전과는 다른 미스터리한 분위기가 감돌기 시작한다.
극비로 진행된다는 위 줄거리 속 프로젝트 자체가 제법 흥미롭게 (한편으로는 꽤나 당황스럽게) 다가오는 영화는, 한적한 마을에서 새로운 삶을 살게 된 여섯 인물들을 한 명 한 명 그려나가는 것만으로도 왠지 모를 긴장감을 자아낸다. 특히 머지않아 이들 모두가 살인을 저지른 인물들임이 밝혀지면서 과연 평화롭던 우오부카 마을이 어떤 변화를 맞이할 것인가에 대한 흥미를 유발해낸다.
앞으로의 스토리가 어떻게 펼쳐질지 도저히 종 잡을 수조차 없는 만큼 영화는 자연스럽게 상당한 몰입감을 선사한다. 특히 여섯 명의 전과자가 한데 모이게 되는 마을 축제 시퀀스나 다른 전과자들과 달리 츠키시에에게 먼저 친절하게 다가온 인물이자 어쩌면 그렇기에 더욱 수상하게 느껴지는 미야코시와 츠키시에가 우정을 쌓아가는 과정도 언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긴장을 조성한다.
그렇게 영화는 대략 중반부까지는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러운 전개가 펼쳐진다. 다만, 영화는 아쉽게도 이전까지 잘 쌓아오던 것을 후반부에 이르러 상당 부분 잃고야 만다. 정확히는 여섯 명의 에피소드가 적당한 비중으로 다뤄지던 것이 어느 순간 미야코시에 이야기에 집중하면서부터 힘을 잃는 것처럼 느껴지는데, 특히 두 인물 쿠리모토와 후쿠모토의 분량이 어느 순간 실종되고 마는 것은 꽤나 아쉽게 다가온다.
무엇보다 당황스러운 것은 마치 이른바 '갑분산'이라는 평가를 낳기도 했던 <목격자>의 클라이맥스를 연상케 하는 엔딩인데, 마을에서 섬기는 신이 분노해 처벌을 내린 것이라고 이해해 보려고 해도 꼭 이런 설정을 넣어야만 했을까에 대한 의문을 남기고 만다. 더불어 어떤 면에서는 센터에서 재활치료를 받는 츠키시에의 아버지와 사랑에 빠지는 오타의 에피소드도 다소 당혹스럽기도 하다.
그럼에도, 항상 영화가 끝난 후에도 계속해서 주제를 곱씹어보게 만드는 요시다 다이하치의 색깔만큼은 이번에도 깊게 묻어나 있다. 살인자에게 가석방의 기회를 주었을 때 그들 각자가 그 기회를 어떻게 활용해 가는가를 보여주는 이 영화는, 관객들에게 살인을 저지른 전과자와 마주해야 했을 때 당신이라면 그들을 어떻게 대하겠는가에 대한 질문을 제시한다. 특히 자칫 그러한 주제가 범죄자들을 옹호하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음에도 끝까지 균형을 잘 잡아냄으로써 한 편의 심리 스릴러를 완성시킨 뚝심이 무척 돋보이기도 한다.
평소 그 어떤 이유라도 살인을 저지른 인물이라면 그 죄의 굴레에서 결코 쉽게 벗어나면 안 된다고, 그리고 그것이 옳은 것이라고 생각해 온 만큼 이 영화가 던져준 숙제는 참 많은 생각을 하게끔 만든다. 그리고 그렇기에 더더욱 아쉬운 후반부의 그 설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