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티모시 샬라메만을 믿고 갈 때까지 가버린다.
원래대로라면 지난 금요일에 이미 봤어야만 하지만 뜻밖의 야근 덕분에 이제야 관람하게 된 <핫 썸머 나이츠>. 올해 상반기 개봉한 두 편의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과 <레이디 버드>로 단숨에 할리우드의 라이징 스타로 떠오른 티모시 샬라메가 주연을 맡은 이 영화는 음, 그냥 참 애매하고도 애매한 작품이었다.
영화는 아빠의 죽음 이후 맞이하는 여름을 그저 집 안에 틀어박힌 채 보내던 다니엘이 숙모가 살고 있는 메사추세츠 주 케이프코드에 가게 되는 것으로 시작한다. 소심하고 별 볼일 없던 다니엘은 그곳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는 마약상 헌터를 만나 제목 그대로 뜨거운 여름을 보내게 된다.
시작부터 언급했듯 이 영화는 올해 개최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연소 남우주연상 후보라는 영광을 얻은 기대주 티모시 샬라메가 주연을 맡은 작품이다. 이번 영화에서 그는 허송세월을 보내던 루저로 시작해 일확천금을 거머쥔 마약상으로 거듭나는 주인공 다니엘을 또 한 번 그만의 눈빛과 표정으로 훌륭히 소화해낸다. 앞서 말한 두 작품을 보지 않은 관객이라도 독보적인 매력을 자아내는 그에게 빠져들 수밖에 없을 만큼 이 영화는 티모시 샬라메의 새로운 면을 한껏 드러낸다.
다만, 결국 영화를 다 보고 난 후에도 남는 것은 오직 티모시 샬라메의 매력뿐이다. 오프닝부터 단숨에 흥미를 자아내는 빠른 편집과 마치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를 보는 듯 누군가의 내레이션을 통해 주요 캐릭터를 설명하는 방식은 무척 흥미롭지만, 가장 중심이 되어야 할 영화의 스토리는 중반부 이후부터 급격히 힘을 잃고 만다.
영화를 다 보고 나서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대체 이 영화의 연출 의도가 무엇일까 하는 것이다. 철없는 10대 주인공이 맞이하는 파란만장한 여름밤의 이야기라고 넘기기엔 꽤나 힙하게 시작한 초반부에 비해 후반부의 전개가 지나칠 정도로 무겁고 심각해져 버리며, '착하게 살자'라는 단순한 주제를 던져주는 것처럼 느끼기엔 영 찝찝한 구석이 있다. 가장 큰 문제는 티모시 샬랴메의 매력이 터져 나오는 것과 별개로 그가 연기한 다니엘이라는 캐릭터는, 결국 그만 없었어도 모두가 아무 문제없이 잘 지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들게 할 만큼 그저 짜증 나는 민폐 캐릭터로 전락하고 만다.
관람 전부터 왠지 티모시 샬라메가 국내에서 인지도가 높아지지 않았다면 절대 수입하지 않았을 느낌의 영화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나 스토리가 대책 없이 흘러갈 줄은 몰랐거늘. 꼬리가 길면 밟힌다고, 언젠가 분명 큰 사단을 맞이할 것이 분명해 보임에도 불구하고 다니엘이 대체 왜 저렇게까지 하는가에 대한 설득력이 영 부족하게만 느껴지는 상황에서 영화는 결국 '티모시 샬라메만을 믿고 대책 없이 덤비는 영화'처럼 느껴질 뿐이다.
그럼에도, 배경이 되는 1991년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게 만드는 인상적인 레퍼런스의 활용과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에 등장하는 '어썸 믹스'처럼 따로 소장해서 질릴 때까지 듣고 싶은 OST의 매력만큼은 당황스러운 스토리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생기와 몰입감을 불어넣어준다. 그리고 어쨌거나 저쨌거나 누누이 얘기했듯이 티모시 샬라메의 활약만큼은 눈부시게 빛나는 만큼 순전히 그의 연기를 기대하고 관람한다면 충분히 만족스러운 관람이 될 수도 있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