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이지 리치 아시안>

북미에선 신선했을지 몰라도..

by 뭅스타

지난 8월 북미 개봉 이후 3주 연속 1위라는 놀라운 흥행세를 기록하며, 전 세계 2억 불의 수익을 달성한 화제작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을 관람하였다. 대체 어떤 새로운 매력이 있길래 이렇게나 많은 사랑을 받는 건지 너무나도 궁금했던 이 영화는, 한마디로 말하자면 그 기대치와 달리 굉장히 아쉽게만 느껴지는 작품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뭐랄까, 왜 이 영화가 그렇게 많은 사랑을 받은 건지 잘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였다고 할까..


영화는 뉴욕에서 태어나 교수 생활을 하며 살아가는 중국계 미국인 레이첼이 그녀의 남자 친구 닉과 함께 닉의 가족들이 살고 있는 싱가포르에 가는 것으로 시작한다. 닉의 가족들을 만날 생각에 들떠있던 레이첼은 그저 평범하고 소탈해 보이는 닉이 싱가포르를 일으켜 세웠다고 할 수 있을 만큼 어마어마한 가문의 아들임을 알게 되고, 호화롭기 이를 데 없는 닉 가족의 파티에 주눅 들어있던 레이첼은 마음을 고쳐먹고 닉을 사랑하는 만큼 지금의 자리를 즐기고자 한다. 하지만 닉의 어머니 엘레노어가 부유한 집안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레이첼을 탐탁지 않게 여기면서 영화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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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모든 것은 사실 <Crazy Rich Asians>라는 원제에 모두 집약되어 있다. 다시 말해, 영화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소재가 'Rich'라면 이 영화만의 두드러지는 포인트는 바로 'Asians'이다. <지. 아이. 조. 2>, <나우 유 씨 미 2> 등을 연출한 중국계 미국인 존 추가 연출한 이 영화는, (오프닝에 등장하는 단역 정도를 제외하면) 모든 캐스팅이 아시아인으로만 채워진 할리우드 작품이라는 점에서 분명 큰 의의를 갖는다. 갈수록 국내를 비롯 중국, 일본 등 동양인들이 할리우드에 진출하는 비중이 늘어나고 있지만 대다수의 작품에서 그들의 역할이 보조적인 활약을 하는 것에 그치는 것을 감안하면, 주인공을 포함한 모든 캐릭터가 동양인으로만 구성되어 있는 영화를 할리우드 메이저 배급사에서 만들어냈다는 것은 이 영화가 북미에서 그토록 큰 흥행을 기록할 수 있던 이유이자 비결로 보인다.


뜨거운 사랑을 받으며 <스타워즈 : 깨어난 포스>, <아바타>에 이어 북미에서 역대 세 번째로 높은 수익을 거둔 작품에 이름을 올린 <블랙 팬서>와 이 영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의 사례는, 백인 위주로 돌아가던 할리우드 주류 시장에서 큰 변화를 가져다줄 수 있는 좋은 발판이 될 것처럼 보인다. 특히 흑인보다 더욱 역할의 한계가 분명해 보였던 동양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면서 기존에 깊게 깔려있던 할리우드의 동양인을 향한 편견을 과감히 깨뜨린 동시에, 동양의 색다른 문화를 효과적으로 그려낸 이 영화는, 특히나 그것이 결과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만큼, 큰 가치를 지니는 것만큼은 확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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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렇게 이 영화가 갖는 의의는 무척 훌륭하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주조연 배우들이 동양인인 것과 영화의 배경이 싱가포르인 것을 제쳐두고 오직 스토리만 보자면 그저 전형적인 전개에 그치고 만다는 것이다. 여자 주인공이 부유한 집안의 남자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는 진부하기 짝이 없는 신데렐라 스토리부터 집안의 차이 때문에 아들이 사랑하는 연인과 대립 구도를 띄는 예비 시어머니의 이야기는, 시작한 지 몇 달이 지난 후 처음 봐도 내용 이해에 아무 지장이 없는 아침 막장 드라마에서 이미 숱하게 봐온 설정이다. 이렇게 한국인에게는 너무나도 친숙할 스토리라인이 그저 뻔한 공식 속에서 흘러가는 만큼 전반적인 스토리는 그 어떤 특별한 재미도 선사하지 못하고 만다.


더불어 어느 순간부터 쉽게 감정적으로 이입하거나 공감하기 어려워지는 주인공 레이첼의 당황스러운 행동 변화나 이전까지 어렵게 꼬여가던 실타래가 너무나도 순식간에 풀어져 버리는 듯한 엔딩, 그리고 가벼운 웃음을 자아내기에는 조금은 작위적이고 올드하게 느껴지는 유머 요소 등 아쉬운 점들이 겹치면서 120분이라는 러닝타임 동안 그저 무표정으로 일관한 채 영화를 지켜볼 뿐이었다. 특히 할리우드 영화 속 아시아인의 스테레오 타입은 과감히 깨뜨리면서도, 마치 주인공의 친구는 무조건 오버스럽고 지나칠 정도로 긍정적이어야만 한다는 규정이라도 있는 듯한 레이첼의 단짝 펙린 코는 여전히 전형적인 스테레오 타입에 머물러 있는 것도 아쉽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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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로튼토마토 지수나 메타크리틱 점수, 그리고 국내 평론가들의 평점이 하나같이 무척 우수한 만큼 어쩌면 나에게만 유독 재미없고 감흥 없는 작품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영화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평가가 어떻든 나에게만큼은 영화가 갖는 의의와는 별개로 대체 어째서 이 영화가 이렇게나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었을까에 대한 의문만을 갖게 만드는 진부하고 또 진부한 영화였다고 할 수 있겠다. 결국 개인적으로 역대 마블코믹스 영화들 중 가장 밋밋하게 다가왔던 <블랙 팬서>가 그렇게나 엄청난 흥행세를 기록한 것과 마찬가지로, 영화의 완성도 자체는 뛰어나지 않아도 특정 타겟층을 제대로 공략한다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하는 사례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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