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자멸하고 마는 후반부의 황당함이란.
지난해 설날 시즌 개봉해 쏠쏠한 흥행을 기록한 <공조>의 김성훈 감독이 연출한 신작 <창궐>을 관람하였다. 현빈과 장동건이라는 두 배우의 조합과 독특한 소재 때문에 진작부터 큰 관심을 모았던 이 영화는, 결론적으로 기대가 무색할 만큼 처참한 작품이었다. 영화를 보고 나온 직후의 심정은 황당함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를 지경.
가상의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는 청나라에서 자란 조선의 둘째 왕자 강림 대군이 형의 죽음 이후 다시 조선을 찾는 것으로 시작한다. 궁의 환대를 기대했던 강림은 야귀들의 습격으로 끔찍한 폐허가 되어버린 제물포를 목격하고, 한편 궁에서는 왕의 자리를 탐하는 김자준의 대대적인 역모가 펼쳐진다.
제작 단계부터 관심을 모았던 것처럼 영화는 조선 시대라는 배경과 좀비가 등장하는 일종의 크리처물이 결합을 이룬 작품이다. 2년 전 <부산행>이 천만 관객을 돌파했듯이 B급 장르처럼 여겨졌던 좀비물은 이제 국내에서도 충분히 대중성을 이끌어낼 수 있는 소재이며, 아마 이 영화 또한 <부산행>의 성공으로 내심 큰 기대를 하지 않았을까 싶다.
이미 혹평 일색의 후기들을 하도 많이 본 만큼 기대치가 상당히 낮았던 것을 감안하면, 영화는 최소한 중반부까지는 나름 볼만한 정도의 재미는 선사한다. 결국 이 영화에서 가장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것이 야귀들의 활약이라는 점에서 연회장 시퀀스를 시작으로 펼쳐지는 수많은 야귀들의 활약상은 꽤나 인상적으로 다가오기도 하며, 야귀들의 습격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공을 많이 들였겠다는 생각을 절로 들게 만들기도 한다.
그런 만큼 '그렇게 까일 정도는 아닌 것 같은데?' 하는 생각을 잠시나마 들게 만들기도 하지만, 마치 '이게 괜찮다고? 그럴 리가 없을걸'이라는 듯이 영화는 후반 30분 남짓의 전개에서 끝없는 나락에 빠지고 만다. 권력을 노린 역모, 야귀들의 습격, 백성을 생각하는 왕의 부재 등 다양한 상황들이 얽혀 있는 상황에서도 좀처럼 캐릭터 각각의 매력은 자아내지 못하던 영화는, 몇몇 인물들이 야귀의 습격에 목숨을 잃고 마는 후반부 전개에 '갑자기' 슬로모션과 잔잔한 음악을 남용하기 시작하는데, 도저히 그 인물에게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전사가 없던 상황에서 감동을 자아내려고 하니 그저 당황스럽게만 느껴질 따름이다.
더불어 영화는 '대체 뭐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1절만 하고 그쳐도 될 상황을 구태여 3절, 4절까지 이어가고야 만다. 이제 이쯤 되면 모든 상황을 정리하고 끝내면 되겠다 싶은 영화는 애써 극적인 상황을 계속해서 연출해가며 전개를 질질 끌고 마는데, 특히 제아무리 영화에서 큰 역할을 하는 캐릭터라고 해도 최소 20분 전에는 죽었어야 깔끔했을 캐릭터가 목숨을 연명하고 또 연명하는 후반부의 답답함은 환장할 노릇이다.
한편, 영화는 일종의 좀비라고 할 수 있을 야귀 캐릭터가 등장하고 역모를 꾸미는 자와 주인공의 사투가 펼쳐짐에도 불구 단 한순간도 이렇다 할 긴장감을 선사하지 못한다. 그 이유는 영화의 전개가 그저 진부한 클리셰의 향연으로 이뤄져 있기 때문으로 보이는데, 야귀가 등장한다는 것 정도만이 신선할 뿐 결국 영화는 삐뚤어진 나라를 바로 세우기 위해 백성들이 힘을 합친다는 최근 국내 사극의 진부한 설정을 그대로 답습할 뿐이다. 특히 <물괴>와 <안시성>에 이어 굳이 없어도 될 여성 캐릭터를 억지로 집어넣어 이상한 러브라인을 형성하고 그 캐릭터는 '꼭' 활을 쓴다는 설정은 이제 제발 그만 나오길 바랄 정도로 진부하기 짝이 없다.
결론적으로, 특별히 흥미롭지는 않아도 무난한 정도의 재미는 선사했던 만큼 결국 자멸하고 마는 후반부의 전개가 참으로 당황스럽게만 느껴지던 영화였다고 할 수 있겠다. 그저 학수를 연기한 정만식 배우의 난감한 연기 스타일은 배우 스스로의 선택이었는지, 감독의 디렉팅 때문이었는지 궁금할 따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