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을 알리는 루의 노래>

전형적인 플롯이라도 곁가지가 매력적이라면.

by 뭅스타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됐을 때부터 관심이 갔던 그 영화 <새벽을 알리는 루의 노래>를 관람하였다. 일반 상영은 도저히 보란 건지 말란 건지 모르겠는 시간대에만 상영하는 탓에 반강제적으로 유아사 마사아키 감독님의 내한 GV로 관람하게 된 이 작품은, 자칫 그저 전형적일 수 있을 플롯이 독창적인 상상력과 만나 꽤나 매력적으로 다뤄진 작품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영화는 인어가 산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항구마을 하나시에 살아가는 중학생 카이와 그가 만난 인어 루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카이는 우연한 계기로 음악을 좋아하고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고 싶어 하는 인어 루를 만나게 되고 그때부터 이 둘의 독특한 우정이 시작된다. 하지만 예전부터 인어가 사람을 잡아먹는다는 소문이 돌고 있는 하나시 마을에서 사람과 친하게 지내고 싶은 루의 바람은 위기를 맞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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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잠깐 언급했듯 영화의 플롯 자체는 간단하다. 인간이 아닌 다른 무언가가 주인공과 특별한 관계를 맺게 되지만 그를 두려워하는 인간들에 의해 위기를 맞이하게 된다는 기본적인 설정은 <킹콩>, <옥자>, 그리고 아마 곧 개봉할 <셰이프 오브 워터>의 그것과 크게 다를 바 없어 보인다. 그런 만큼 자칫 하면 그저 진부하고 전형적인 영화로 느껴질 수 있음에도 불구 영화는 그런 중심 주제를 뒷받침하는 부가적인 설정들을 통해 이 영화만의 개성을 부여한다.


영화는 하나시 마을 주민들과 인어가 관계를 회복해가는 과정을 중점적으로 그리면서 주인공 카이의 성장기도 매력적으로 풀어낸다. 자신이 살고 있는 마을에 대한 애정이 없으면서도 그가 좋아하는 음악에 도전을 할 용기도 없던 카이가 그의 음악을 좋아하고 그에게 새로운 희망을 안겨주는 루를 만나 점차 변화해가는 과정은 꽤나 흥미롭게 펼쳐진다. 영화 초반에만 해도 쉽게 정이 가지 않던 주인공이 후반부에 이르러 적잖이 매력적으로 느껴졌던 것을 보면, 감독의 입체적인 캐릭터 설정이 충분히 성공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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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개성을 더해주는 데엔 독특한 영상미도 크게 한몫한다. 인물의 그림체부터 미야자키 하야오로 대표되는 지브리의 영화들이나 신카이 마코토,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영화들과는 확실히 차별화를 갖는 이 영화는 마을의 풍경이나 영화의 중심이 되는 바다의 풍경 역시 다른 영화에서 본 적 없는 독특한 볼거리를 선사한다. 특히 흥미롭게 다가오는 부분은 루의 노래에 맞춰 마을 사람들이 현란하게 춤을 추는 움직임이나 사람들이 바닷속에서 헤엄칠 때의 움직임을 표현한 방식인데, 그들의 움직임을 마치 연체동물의 그것처럼 유연하게 그려 굉장히 독특한 재미를 이끌어낸다.


카이의 성장기나 카이와 루를 중심으로 한 인간과 인어의 관계 이외에도 '노래'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듣는 재미 역시 충분히 선사한다. 특히 영화의 주제가인 '노래꾼의 발라드'와 함께 영상미가 장관을 이루는 클라이맥스는 그야말로 압권이며, 전반적인 영화의 내용과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노래의 가사 역시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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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마치 <너의 이름은.>의 후반부를 떠올리게도 하는 후반부의 전개는 여러 시점이 수시로 교차되는 탓에 조금은 정신없고 산만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더불어 중후반부 유호가 루를 질투하고 이 때문에 갈등을 초래하는 과정은 다소 뜬금없게만 다가오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약간의 아쉬움을 제외하면 유아사 마사아키라는 감독만의 독특한 개성과 매력을 여실히 느낄 수 있던 것만으로도 가치가 컸던 작품이라고 얘기할 수 있겠다. 이 영화와 함께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했던 감독의 또 다른 연출작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도 빨리 만나보고 싶어 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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