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볼만한데 희한하게 심심하네.
크리스 헴스워스 주연의 영화 <12 솔져스>를 관람하였다. 영화의 소재만으로도 관심을 모았던 이 작품은 한마디로 이야기하자면 특별히 좋을 것도, 특별히 나쁠 것도 없는 무난한 영화였다고 할 수 있겠다. 어떤 의미에선, 전쟁 영화로써 갖출 건 분명 다 갖췄는데 대체 왜 이렇게 무난하게만 느껴지는지 당황스러울 정도.
영화는 9.11 테러 사건이 발생한 후 한 달이 지난 시점의 이야기를 다룬다. 제5특전단의 11명의 대원을 지휘하는 대위 미치는 대원들과 함께 탈레반의 군사 요충지 마자르를 탈환하는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 아프간으로 향하게 되고 그곳에서 북부연맹을 이끄는 도스툼 장군과 함께 5만 명에 달하는 탈레반 군사들과 맞서기 시작한다.
앞서 잠깐 언급했듯 영화는 전쟁 영화에 기대하는 최소한의 무언가만큼은 충분히 갖추고 있다.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9.11 테러 이후 비밀작전을 수행하기 위해 아프간으로 향한 대원들의 작전을 반드시 수행하겠다는 열정과 의지는 그 자체로 높은 몰입감을 선사하면 12명의 대원들이 탈레반 군사들과 맞서기 위해 반드시 힘을 합해야 하는 도스툼 장군과 미치 대위가 점점 서로의 감정을 이해해가는 과정 역시 흥미롭게 전개된다.
특히 특전단 대원들과 탈레반 군사들의 마지막 전투가 펼쳐지는 클라이맥스의 액션 시퀀스는 그야말로 압권이다. 단순히 총격전이 펼쳐지는 것을 넘어 탱크와 로켓포를 비롯 각종 신무기까지 동원된 전투씬은 충분히 고도의 긴장감과 사실감을 자아낸다. 잠시도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화려하고 현란한 액션이 연달아 펼쳐지는 그 장면만으로도 극장에서 관람할 만한 가치는 충분히 느낄 수 있을 정도랄까.
더불어 미치를 비롯한 특전단 대원들이 가족과 헤어지고 전장으로 향하는 시퀀스를 초반에 배치했음에도 영화 마지막까지 이를 통해 구태여 감동을 끌어내려고 애쓰지 않은 점 역시 영화의 장점으로 꼽을 수 있을 듯하며, '미국 만세' 식의 영웅담으로 포장하지 않은 점 역시 제법 인상적이다.
다만 영화는 이렇게 충분히 많은 볼거리를 선사하고 콕 집을만한 단점이 없음에도 불구 희한하게 크게 매력적으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마치 어느 정도 맛은 있지만 굳이 두 번 다시는 찾아가지 않을 것 같은 식당 같은 느낌이랄까. 아마 이렇게 영화가 크게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은 가장 큰 요인은 크리스 헴스워스, 마이클 섀넌, 마이클 페나, 트래반트 로즈 등 쟁쟁한 캐스팅에도 불구 그들이 소화한 제각각의 캐릭터가 특별히 개성 있게 다가오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더불어 대원들이 작전을 수행해가는 과정은 중간중간 위기를 맞기는 하지만 대부분 크게 예측을 벗어나지 않는 평면적인 전개에 그치며 그렇다 보니 실화라는 그 자체에 기댄 연출로만 느껴지기도 한다. 전쟁을 소재로 한 할리우드 영화가 일 년에도 두 세편씩은 개봉하는 상황에서 과연 이 영화가 여타 영화들과 차별화되는 또 다른 무언가가 있는지는 강하게 의문이 남는 바. 그럼에도 최소한 킬링타임 영화로썬 무난한 재미를 선사했다는 것에 만족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