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리다 프로젝트>

너무 순수하고 아름다워서 더욱 아련한.

by 뭅스타

너무나도 기대가 컸던 <플로리다 프로젝트>를 김영하 작가의 GV를 통해 개봉보다 한 달 여 일찍 관람하게 되었다. 일정과 안 맞아 볼 수 없었던 부산국제영화제 때부터 눈물을 머금으며 개봉만을 기다려왔던 이 영화는 그 소문대로 굉장히 내 마음에 쏙 드는 작품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두고두고 계속 보고 싶은 보석 같은 영화였달까.


영화는 플로리다 디즈니월드 건너편에 위치한 모텔 매직 캐슬에서 살아가는 핼리와 그녀의 딸 무니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풀어간다. 경제적 여건 탓에 모텔 이 방 저 방을 옮겨 다니며 살아가는 모녀는 풍족하지 않은 환경 속에서도 그들 나름대로 자유롭게 살아가지만 이내 위기를 맞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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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한없이 아름답고 순수해서 더욱 짠하게 다가오는 작품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런 면에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아무도 모른다>를 연상케 하기도 하는 이 작품은 사실 영화 내에 특별한 갈등이나 장치가 존재하지는 않는다. 대신 무니의 이야기, 핼리의 이야기를 그저 흘러가는 대로 지켜보다 보면 어느샌가 굉장한 재미와 짠한 여운을 느끼게 된달까. 특히나 사회적 약자로 분류되는 하층민의 이야기를 마치 한편의 싱그러운 동화 같은 화려한 색채와 영상미로 풀어낸 점은 감독의 전작 <탠저린>에 이어 다시 한번 그 진가를 발휘한다.


꿈과 환상의 나라 디즈니월드의 바로 건너편에 위치한 모텔을 배경으로 한다는 점도 이 영화의 주제를 부각하여주는 데에 크게 기여한다. 실제로 따로 갈 곳 없는 이들이 하루마다 방세를 내가며 살아가는 빈민들이 모여사는 모텔에서 촬영했다고 하는 이 작품은, 특히나 무니, 스쿠티, 잰시 등 어린아이들의 시각에서 스토리를 풀어감으로써 화려한 디즈니월드 속 세상과 그곳에서 한 발짝만 물러나면 보이는 모텔의 허름한 풍경을 극명한 대비로 보여준다. 이렇게 화려한 색감과 디즈니월드 근처라는 공간적 배경을 통해 더더욱 부각되는 모텔 거주인들의 삶은 별 것 아닌 듯 툭 던지는 인물들의 대사나 그들이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발버둥 치는 모습을 통해 더욱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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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영화가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점은 분명 사회적으로, 경제적으로 어려운 환경에 놓여있는 이들의 이야기를 그리면서도 이들을 동정과 연민의 시선으로 다루지 않았다는 점이다. <탠저린>과 마찬가지로 이번 영화 역시 어쩌면 미처 알지 못했던 미국 내 또 다른 사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한편 그들의 순수하고 에너지 넘치는 모습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마치 바깥세상에선 그들을 마냥 딱하고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볼지 몰라도 그들 나름대로는 그 삶 속에서 여유를 찾고 유희를 즐기고 있음을 다룬 각본은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영화를 조금은 가볍게 즐기게 만드는 동시에 그 때문에 더욱 영화가 끝난 후에 길고 긴 여운을 자아낸다. 특히 비록 그들의 삶 자체는 한없이 비극적 일지 몰라도 영화에서만이라도 그들의 삶에 한줄기 여유를 선사하고자 한 듯한, (그리고 실제로 감독이 그런 의도였다고 GV 때 김세윤 칼럼니스트 가 밝히기도 한) 영화의 엔딩이 선사하는 일종의 카타르시스는 꽤나 묵직하게 다가온다.


영화의 완성도를 한층 더 높여준 데엔 배우들의 연기 역시 크게 기여한다. 철없지만 딸과의 행복한 삶을 위해서라면 그 무엇도 가릴 것 없는 억척스러운 여자 핼리를 연기한 브리아 비나이트는 이번 작품이 그녀의 첫 연기 도전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생동감 넘치는 연기를 선보이며, 등장할 때마다 영화의 무게감을 더해주는 윌렘 대포의 연기 역시 눈에 띈다. 물론 그 누구보다도 두드러지는 것은 여섯 살이라는 어린 나이에도 불구 풍부한 연기 내공을 자랑한 브루클린 프린스 배우의 열연인데, <어메이징 메리>의 맥케나 그레이스에 이어 다시 한번 할리우드의 미래를 책임질 아역 배우를 발견한 기분을 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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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하자면 화려한 색감과 배우들의 호연이 선사하는 볼거리와 가벼우면서도 무겁고 사랑스러우면서도 쓸쓸한 스토리가 선사하는 여운이 훌륭한 조화를 이룬, 기대치를 충분히 충족시켜준 작품이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얼른 정식으로 개봉해 극장에서 다시 만나보고 싶을 따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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