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줄에 걸린 소녀>

숱한 우연의 반복으로 모든 걸 해결하니 그저 처참할 뿐.

by 뭅스타

바쁘게 달려온 오늘의 마지막 영화로 관람한 <거미줄에 걸린 소녀>. 데이빗 핀처가 연출한 전편 <밀레니엄 :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을 보지 않은터라 스토리 이해에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기도 했지만, 이 영화가 이다지도 별로였고 대체 언제 끝나는 걸까 하는 생각으로 시계를 몇 번이고 보게 만들었던 건 결코 전작을 보지 않았기 때문은 아닌 것 같다. 그저 네 편의 영화를 관람한 오늘, 네 영화의 만족도가 관람한 순서와 귀신같이 반비례하는지 신기할 따름.


영화는 남자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여자들을 도와주며 이른바 '악의 심판자'라는 호칭을 얻게 된 천재 해커 리스베트가 위험한 제안을 받게 되면서 본격적인 스토리가 펼쳐진다. 임무를 수행하던 도중 위치를 추적당하며 괴한의 습격을 받게 된 리스베트는 전세계를 위협하는 범죄 조직 스파이더스의 음모를 막기 위해 고군분투를 펼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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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말했듯 루니 마라와 다니엘 크레이그가 주연을 맡은 전편은 물론 누미 라파스 주연의 스웨덴 3부작과 원작 소설까지 보지 않은 나에게 이 영화의 전개는 꽤나 불친절하게 다가왔다. 영화 중간중간 분명 전편을 봤어야만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대사가 나오는 만큼, 이는 결국 전편을 미처 챙겨보지 않은 나의 불찰일수도 있겠지만 아무리 그렇다 한들 영화를 보는 내내 '리스베트가 왜 저렇게까지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치열하게 싸우는가'라는 영화의 기본 설정부터가 와닿지가 않다보니 그저 루즈한 작품으로만 다가왔을 뿐이다.


무엇보다 가장 치명적은 단점은 모든 상황들이 우연에 우연에 우연을 반복하면서 펼쳐진다는 점이다. 제아무리 가볍게 즐기기 위해 관람하더라도 영화를 관람할 때 개연성을 꽤나 중요하게 생각하는 상황에서 감히 이 영화의 개연성은 제로에 가깝다고 보일 정도로 형편없고 터무니없게만 다가온다. 놀라운 실력의 해커라고는 하지만 주인공 리스베트가 극 중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의 머리 위에서 그들의 행동을 모두 지켜보고 있기라도 한 것처럼 그녀가 원하는대로 너무나도 딱 딱 맞아떨어지는 전개 과정은 그 황당함에 실소와 짜증을 유발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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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그렇게 대부분의 상황에서 이렇게 체계적이어도 되나 싶을 정도로 체계적으로 움직이던 리스베트가 몇몇 상황에서만큼은 이렇게나 허술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허술하게 대응하는 것도 당혹스럽게만 다가온다. 이전에 그녀가 보여준 상황 판단 능력대로라면 절대 저렇게 행동하지 않을 것 같은 상황에서 너무나 허술한 태도를 보이며 위기를 직면하고 마는 몇몇 시퀀스는 결국 리스베트라는 캐릭터의 매력을 잃게 만들고 말며, 결국 리스베트가 영화 내에서 훌륭히 활약한다기보다는 그저 철저히 계산된 시나리오대로 움직이며 소비되고 마는 듯한 인상을 남긴다.


이전의 리스베트를 연기한 루니 마라와 누미 라파스가 과연 그 인물을 얼마나 훌륭히 소화했는지 알 지 못하는 만큼 자세히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새롭게 리스베트를 연기한 클레어 포이 또한 올해 개봉한 <달링>이나 <퍼스트맨>에서와는 전혀 다른 인물을 나름 인상적으로 소화해낸 듯 보인다. 다만 얼마 전 개봉한 <미쓰백>의 한지민 배우처럼, 전혀 이런 캐릭터를 연기하지 않을 것 같은 배우가 새롭게 연기 변신을 했다는 점에서 인상적으로 다가올 뿐 작품 내에서 그녀의 연기 자체가 두드러졌는지에 대해선 다소 의문을 남기는 것도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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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평론가가 한줄평에서 <미션 임파서블>을 언급한 만큼 비교를 해보자면, <미션 임파서블>은 이단 헌트가 왜 그렇게까지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고군분투를 하는지 등 인물들의 동기 설정은 물론 어차피 끝끝내 임무를 해결할 것을 알면서도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과 확실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하지만 이 영화 <거미줄에 걸린 소녀>의 경우 리스베트가 위기를 맞는 과정에서 그 어떤 긴장감도, 그 어떤 곱씹어볼 만한 볼거리도 선사하지 못한 지루하고 형편없기만 한 작품으로 기억될 듯하다. 만약 다시 이 영화를 보게 된다면, 그때는 110여 분 가량의 러닝타임동안 대체 몇 번의 우연이 거듭되는지를 세보고 싶을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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