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드>

킬링타임 영화로써의 재미만큼은 선사하지만..

by 뭅스타

일찍부터 해외의 평가가 꽤나 좋지 않았기 때문에 관람을 망설이기까지 했던 그 영화 <후드>를 오늘의 세 번째 영화로 관람하였다. 그래도 킬링 타임용정도는 되지 않을까 하는 바람으로 관람한 이 영화는, 일단 확실히 걱정보다는 볼 만한 작품이었다. 다만 걱정했던 것보다 '조금' 나은 정도이지, 월등히 나은 것까지는 아니라는 게 문제라면 문제겠지만.


민담을 시작으로 소설,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등등 그동안 다양한 방식으로 다뤄지고 또 다뤄진 로빈 후드의 이야기를 다시 한번 영화화한 이 작품은, 영화가 시대극이라는 것이 헷갈릴 정도로 현대극의 탈을 쓰고 있다. 로빈 후드의 트레이드마크였던 의상이나 모자 대신 지극히 현대적인 차림, 현대적인 분위기로 재탄생한 이 영화는 로빈과 개혁을 바라는 평민들이 거대한 음모를 꾸미고 있는 주 장관에 맞서는 과정을 속도감 있게 그려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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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족을 최소화하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는 만큼 영화는 초반부터 단숨에 몰입을 이끌어낸다. 사랑하는 연인 마리안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던 귀족 가문의 로빈이 갑작스럽게 군대에 차출된 후 이전과 전혀 다른 삶을 살게 된 과정이나, 적으로 만난 존과 같은 목표를 갖고 의기투합하는 과정은 그것이 이미 충분히 아는 이야기일지라도 꽤나 흥미롭게 다가오기도 한다.


<킹스맨> 시리즈의 에그시나 <독수리 에디>의 에디를 연기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비록 연기의 톤 자체가 차별화되지는 않더라도 항상 제 역할을 충분히 해줬던 태런 에저튼은 다시 한번 메인 롤을 연기한 이번 영화에서 그만의 에너지를 물씬 뿜어내며 극의 활력을 더하고, 영화의 실질적 빌런인 노팅엄 주 장관을 연기한 벤 멘델슨의 악랄한 연기 또한 제법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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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기본적으로 로빈 후드의 이야기가 선사하는 흥미나 배우들의 에너지는 분명한 영화의 장점으로 다가오지만, 영화의 그외 부분은 다소 아쉽기만 하다. 가장 큰 문제는 시대극도 현대극도 아닌 영화의 분위기나 전개 방식이 굉장히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기시감을 자아낸다는 것이다. 영화는 관람하는 내내 <다크 나이트>, <헝거게임> 시리즈, 2016년판 <벤허>, 그리고 심지어 국내 영화 <안시성>이나 <창궐>까지 떠올리게 만드는데 극명한 선악의 구도나 갈등이 심화되고 해소되는 과정이 지나치게 전형적이고 진부하게 느껴지는 것이 이토록 이상한 기시감을 자아내는 가장 큰 이유처럼 느껴진다.


더불어 액션 시퀀스에서 가장 큰 재미를 선사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이 영화는 희한하게도 각종 액션이 펼쳐지는 과정에서 이렇다 할 재미를 안겨주지 못한다. 어딘가 액션의 과정이나 그때의 카메라워크가 다소 조잡하고 때때로 올드하게 느껴지는 탓에 오히려 액션 씬에서 극의 텐션에 떨어지는 것처럼 다가온다고 할까. 특히 <안시성>을 관람하면서도 충분히 느꼈지만 액션 장면에서 슬로우모션 효과를 집어넣는 것이 이제 더이상 신선한 멋을 선사하지 못할 뿐 아니라 실소를 유발할 뿐이라는 것을 왜 모르는지 당혹스러울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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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적잖이 까내린 것 같지만 그럼에도 영화는 아무 생각 없이 즐기기엔 나쁘지 않은 정도의 재미를 선사하며, 그렇기에 (흥행세로 봐선 힘들 것 같지만) 만약 속편이 나온다면 그때도 극장에서 관람할 수 있을 정도의 기대감은 자아낸다. 다만 기존의 로빈 후드 이야기를 재구성한 이 영화가 이 정도라면 아예 오리지널 스토리로 풀어내야 할 속편은 과연 지금의 아쉬움을 극복할 무언가를 끄집어낼 수 있을지는 영 불안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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