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크백 마운틴>

보수적인 시대가 빚어낸 애절한 퀴어 로맨스.

by 뭅스타

다시 본격적인 개봉작 섭렵에 나선 오늘의 첫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 개봉 당시 놓친 탓에 극장이 아닌 집에서 관람했어야했던 만큼 그 어느 때보다 반갑게 느껴진 이 재개봉작은, 역시 스크린으로 만나니 이전보다 훨씬 큰 감동과 진한 여운을 선사해주었다.


이미 수많은 이들이 봤을 이 영화는, 브로크백 마운틴의 양떼 방목장에서 여름 내내 함께 일하게 된 두 남자 에니스와 잭의 이야기를 그려나간다. 황량한 산에서 오직 서로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던 그들은 점점 가까워지고 친구 이상의 진한 감정을 느끼게 되지만, 여름의 작업이 끝나면서 그들은 자연스레 다시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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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게 잭과 에니스가 브로크백 마운틴에서 양떼를 모는 일을 하며 관계를 키워나가는 전반부와 몇 년이 흐른 후 각자의 삶을 살아가던 그들이 재회하는 후반부로 나눌 수 있는 영화는, 134분이라는 결코 짧지않은 러닝타임에도 그들의 이야기에 자연스레 빠져들게 만들고 그들의 감정을 이해하며 안타깝게 만든다.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는 매 작품마다 전혀 다른 장르에 도전하며 인상적인 결과를 내놓은 이안 감독의 섬세한 연출과 만나 한편의 서정적인 문학 작품을 보는 듯한 인상을 남긴다.


영화에서 보다 중점적으로 다뤄지는 스토리는 잭과 에니스가 각각 루린과 알마라는 여성을 만나 결혼을 하게 된 이후이다. 비록 마냥 안정적이진 않더라도 각자의 삶에서 평온하게 살아가던 두 남자가 4년 만의 재회 후 다시 서로에게 이끌리게 되는 과정, 그러면서도 각자의 자리에서 떠날 수 없는 상황이 초래하는 갈등 등은 둘의 사랑을 더욱 애절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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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과 에니스의 사랑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는 것은 196,70년대라는 시대적 배경에 있다. 두 남자가 애정 행각을 하는 것은 물론 함께 살아간다는 것만으로도 괴롭힘의 대상이 될 정도로 무척이나 보수적이던 그 시기에서 서로를 너무나도 원하지만 어쩔 수 없이 일년에 두세번 정도밖에 만나지 못하는 운명에 처한 잭과 에니스의 사랑은 그래서 더욱 안타깝고 애처롭게 다가온다. 둘의 관계를 알게 된 에니스의 아내 알마 입장에선 에니스의 행동이 지나칠 정도로 무책임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결국 그것 역시 자유롭게 사랑을 표현할 수 없던 시대의 결과물이기에 무척 씁쓸하고 쓸쓸하다.


잭과 에니스의 수 년간 이어진 사랑을 공감하고 이해하게 만드는 데에는 제이크 질렌할과 히스 레저의 인상적인 연기가 크게 한몫하는데 상반되는 성격의 두 인물을 매력적으로 소화해낸 두 배우의 호연은 이 한편의 퀴어 로맨스를 더욱 애절하게 지켜보게 만들며, 그들의 사랑 이야기에 더욱 무게감을 더한다. 이미 머리 속에 생생히 자리잡고 있는 영화의 엔딩이 다시금 먹먹하고 묵직한 여운을 자아낸 것도 이들의 사랑을 섬세하게 표현해낸 두 배우의 연기와 이안 감독의 감각적인 연출 덕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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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3,4년 전만 해도 많은 이들에게 걸작이라고 인정받아온 작품들만 재개봉을 했었던 것에 비해 요새는 '이 영화도 재개봉한다고?' 싶은 의아함을 자아내는 경우도 꽤 있지만, 이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을 개봉 12년이 흐른 지금 스크린으로 다시 만날 수 있던 것은 최근 들어 가장 만족스러운 재개봉이 아닐까 싶다. 이른바 '역대 아카데미 시상식 최대의 실수'라는 제목의 글에서 항상 빠짐없이 등장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영화를 보며 다시 한번 2006년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은 <크래쉬>가 아닌 이 영화에게 돌아갔어야 했다는 생각이 물씬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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