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 킬러>

언어 사용의 황당함만 배제한다면..

by 뭅스타

어느 순간부터 할리우드에서 가장 믿고 거르는 배우가 되어버린 제라드 버틀러의 출연작이라는 이유로 관람 예정 리스트에 올리지도 않았던 <헌터 킬러>를 오늘의 두번째 영화로 관람하였다. 개봉 이후 관객들의 평가가 무척이나 좋았던 탓에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관람하게 된 이 영화는, 확실히 킬링 타임 무비로써의 역할은 탁월히 해내는 작품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 듯하다.


미국의 잠수함이 러시아 영해에서 의문의 격침을 당하는 것으로 시작하는 영화는, 생존자를 찾기 위해 글래스 함장을 주축으로 한 잠수함 헌터 킬러를 적지로 보내며 본격적인 스토리가 펼쳐진다. 그곳에서 목숨을 건진 러시아 함장 안드로포프를 구출해낸 글래스는 의문의 격침이 러시아 총리의 쿠데타와 연관있음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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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유명한 <U-571>을 비롯해 잠수함을 주요 소재로 하는 영화를 한 편도 본 적이 없는터라 더더욱 어떨지 쉽게 감을 잡을 수 없던 이 영화는, 앞서 말한 것처럼 보는 재미만큼은 확실히 선사한다. 통신이 끊긴 대원들을 찾으러 간 헌터 킬러가 러시아 고위측에서 벌어지는 쿠데타와 엮이게 되는 과정이나 이후 작전을 무사히 수행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은 굉장한 사실감과 긴장감을 자아내며 러닝타임 내내 쫄깃한 몰입감을 자아낸다.


한편, 영화는 내내 바다 속에서만 모든 사건이 벌어질 경우 피로감을 유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지 해저 작전이 주를 이루는 동시에 지상에서 벌어지는 액션도 흥미롭게 그려낸다. 쿠데타는 물론 양국간의 전쟁까지 일으키려는 러시아 국방부 장관 듀로프의 음모를 막기 위해 러시아 대통령을 구출해야하는 작전에 투입된 미국 공군들의 액션 시퀀스는 영화 중간중간 분위기를 환기시켜줌과 동시에 영화의 또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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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지상과 해저를 넘나들며 펼쳐지는 액션이나 점점 점입가경으로 치닫는 전개는, 분명 정해진 결말에 도달할 것임이 뻔히 보이는 상황에서도 후반부까지 적잖은 스릴을 자아내며 120분의 러닝타임이 순식간에 흘러간 듯한 흡입력을 안겨준다. 그 점에서 깊게 생각하지 않고 흘러가는 대로 즐길 수 있는 영화로써의 재미는 충분히 선사해내는, 그리고 걱정과 우려 속에서도 극장에서 관람하길 잘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작품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영화에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치명적인 단점 또한 존재한다. 바로 얼마 전 관람한 <철의 심장을 가진 남자>가 그랬듯 영어권 국가가 아닌 인물들이 언어를 구사하는 과정에서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설정이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러시아인들은 대통령과 국방부 장관을 비롯한 모든 인물들이 영어에 상당히 능숙하며, 러시아인들끼리 대화를 나누거나 작전을 지시하는 과정에서도 영어를 사용한다. 그러면서도 어떤 순간순간에는 그들이 러시아어로 대화를 나누는 것은 더더욱 당황스럽기만 한데, 다른 나라의 인물을 주요 캐릭터로 등장시킬 때 어쩌면 가장 기초가 되어야 할 언어가 지나칠 정도로 편의적으로 활용된 것은 관람하는 중간중간 어쩔 수 없는 찝찝함을 유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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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대체 어쩌려고 이러지?' 싶을 정도로 일을 크게 벌이던 영화에서 모든 사건이 해소되는 극후반부가 다소 허무하게 다가오는 것도 아쉬움을 남기기도 하며, 게리 올드만이 연기한 찰스 합참의장 캐릭터를 비롯해 적잖은 비중으로 등장하는 인물들 대부분이 소모적으로 활용되는 데에 그치고 마는 듯한 인상을 남기기도 한다. 그럼에도 애초에 엄청난 작품성을 기대하지 않았기에 이러한 아쉬움은 대부분 용인이 가능하다. 영상미 구현에는 그토록 공을 들여놓고 언어 사용은 지나칠 정도로 단순학 접근한 것만큼은 결코 납득이 안 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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