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탁 하나만 들어줘>

캐릭터의 매력은 넘쳐흐르지만, 폴 페이그에 대한 기대에 비해서는..

by 뭅스타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오락 영화는 정말 기가 막히게 만들어내는 폴 페이그 감독의 신작이라는 것만으로도 봐야할 이유가 충분했던 그 영화 <부탁 하나만 들어줘>를 관람하였다. 감독부터 안나 켄드릭과 블레이크 라이블리의 조합, 그리고 해외의 평가 등이 어우러져 굉장한 기대를 하게 만들었던 이 영화는, 기대했던 것만큼의 재미는 선사하면서도 감독의 전작들에 비해서 조금은 아쉽게 다가오는 작품이었다.


동명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이 영화는 '아들 친구 엄마'의 관계로 친구가 된 스테파니와 에일리를 중심으로 한 막장 스릴러극을 매력적으로 풀어낸다. 모든 면에서 똑부러지는 싱글맘이자 남편의 보험금으로 생활하는 스테파니와 호화로운 집에서 사랑스러운 남편과 생활하는 워킹맘 에밀리, 전혀 다른 환경에서 살아가는 둘은 의지할 데 없는 외로운 신세라는 공통점으로 금세 돈독한 친구 사이로 발전하는데, 어느날 출장을 떠난 에밀리가 며칠째 연락도 없이 행방이 묘연해지면서 분위기는 급격히 반전된다. 이 상황에서 스테파니는 자신이 운영하는 브이로그 채널을 동원하면서까지 자신의 하나뿐인 친구 에밀리의 행방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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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 카피에서 언급하는 두 영화 <나를 찾아줘>와 <서치>처럼 영화는 어느날 갑자기 종적을 감춰버린 누군가를 추적하는 과정과 이후 펼쳐지는 충격적인 전개를 통해 연신 굉장한 흥미를 자아낸다. 중반부에 이르러서부터 꽤나 충격적인 사건이 펼쳐지며 앞으로의 전개가 어떻게 이어질지 도통 감을 잡을 수 없게 만드는 영화는,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뒷 이야기를 함부로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연속적으로 펼쳐지면서 몰입감을 선사한다. 사건이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스토리가 무척 복잡하게 전개됨에도 불구하고 이를 이해하기 쉬우면서도 매력적으로 풀어낸 연출 덕에 보는 내내 집중력을 잃지 않게 만들며, 스테파니와 에밀리, 그리고 에밀리의 남편 션까지 세 인물 간의 얽히고설킨 관계가 선사하는 독특한 재미도 상당하다.


영화에서 무엇보다 돋보이는 것은 두 주연 배우 안나 켄드릭과 블레이크 라이블리의 활약인데, 특히 사실상 '안나켄드릭의 영화'라고 봐도 될 정도로 안나 켄드릭이 영화 내내 뿜어내는 매력은 그야말로 어마어마하다. <트와일라잇>, <피치 퍼펙트> 시리즈는 물론 <인 디 에어>에서도 좋은 연기를 보여준 그녀이지만 최근 들어 조금은 아쉬운 행보를 걷고 있던 안나 켄드릭은 처음과 끝이 전혀 다른 입체적 인물 스테파니를 연기한 이번 영화에서 톡톡 튀면서도 사랑스러운 매력을 최대치로 발산해낸다. 블레이크 라이블리 또한 그녀의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냈던 드라마 [가십걸] 이후 가장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주는데, 무척 냉정하고 자신만의 확고한 소신을 갖고 있는 에밀리라는 인물은 그와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블레이크 라이블리의 이미지와 어우러져 확실한 개성을 갖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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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두 배우의 활약이 두드러지는 것이나 러닝타임 내내 굉장한 몰입감을 이끌어내는 것과는 별개로 전반적인 영화 자체는 다소 아쉽게 다가오기도 한다. 아쉬움의 가장 큰 요인은 상황이 수시로 변하는 후반부의 전개가 조금은 작위적으로 느껴지기 때문인데, 반전을 크게 강조했던 것에 비해 반전의 임팩트가 약하게 느껴지기도 하며 그 누구도 정상이라고 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끝없는 막장을 향해 달려가는 스토리는 '과연 어떻게 끝내려는 거지?' 라는 생각을 '대체 어디까지 가려는거지?'로 변화시키고 만다.


한편, 폴 페이그의 여성 영화에서 매력적인 여성 캐릭터만큼이나 돋보이는 것은 황당한 설정에도 큰 웃음을 자아내고 마는 유머 요소이다. 이 영화 역시 중간중간 인물 간의 대화나 독특한 상황 연출을 통해 웃음을 자아내는데, 결국 영화를 끝까지 보고 나면 스릴러 장르의 공식을 따르는 스토리와 감독의 개성이 두드러지는 유머 포인트가 유기적으로 어우러지지 못한 듯한 인상을 받게 만든다. 다시 말해 각각 첩보 액션과 SF 판타지의 성격을 띠고 있지만 코미디 장르를 중심으로 하는 전작 <스파이>와 <고스트 버스터즈>와 달리 긴장감을 자아내는 스릴러가 중심이 되야할 이 영화에서만큼은 장르와 유머가 부조화를 이루는 느낌이었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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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영화는 확실히 폴 페이그라는 감독에게 갖는 기대치에 비해서는 조금은 무난하게, 조금은 산만하게 느껴진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영화 전개 상의 아쉬움을 상쇄시켜주는 두 배우의 매력만큼은 러닝타임 내내 굉장히 빛나는 만큼 두 배우 중 누군가의 팬이라면, 혹은 조금은 막장스러운 전개에 큰 흥미를 느끼는 이들이라면 충분히 만족스럽게 관람할 수 있는 영화이지 않을까 싶다. 어쩌면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이 해외의 평가에 비해 다소 아쉽게 느껴졌던 것처럼, 유난히 다수의 드라마를 통해 막장 요소에 친숙해질대로 친숙해진 것이 이 영화 역시 해외의 우수한 평가에 비해서는 무난하게 느껴진 이유가 아닐까 싶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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