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윙키즈>

소재와 주제의 치명적인 부조화.

by 뭅스타

본격적인 성수기의 시작을 알릴 금주 개봉작 빅3 중 강형철 감독의 신작 <스윙키즈>를 관람하였다. 개인적으로 강형철 감독이 최동훈 감독과 함께 국내에서 오락 영화를 가장 잘 만드는 감독이라고 생각하는 만큼 한참 전부터 기대가 꽤나 컸던 이 영화는, 한마디로 그 기대를 와장창 깨주고 말았다. <염력>, <변산>, <인랑> 등에 이어 정말 올해는 믿었던 감독에게 발등 찍히는 게 트렌드인건가 싶을 정도.


한국전쟁이 발발한 1951년의 거제 포로 수용소를 주 배경으로 하는 이 영화는 미군과 포로, 민간인이 얽혀있는 정신없는 상황 속에서 각기 다른 이유로 탭댄스 팀의 팀원으로 모이게 된 이들의 이야기를 그려나간다. 인민 영웅의 동생이자 포로수용소 최고의 트러블메이커 로기수는 탭댄스의 매력에 빠져 이념과 욕망 사이에서 고뇌하는 인물로서 극의 중심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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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확실히 중반부까지는 마냥 새롭지는 않을지라도 무난한 재미를 안겨주며 순조롭게 진행된다. 하사임에도 흑인이라는 이유로 병사들에게 무시당하는 잭슨이 함께 탭댄스 공연을 펼칠 포로들을 모집하는 과정이나 이를 통해 네 명의 인물이 한자리에 모이게 되는 과정은 강형철 감독의 전작들처럼 속도감있는 편집과 어우러져 흥미롭게 펼쳐진다.


하지만, 영화는 중반부 이후 급격히 다른 색깔을 띠면서 생각지 못한 당혹감을 선사한다. 이 영화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단점은 하고 싶은 얘기가 많아도 너무 많다는 것이다. 결국 탭댄스라는 소재는 그저 하나의 곁가지에 불과하고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는 전쟁의 씁쓸한 현실인 것으로 보이는데 문제는 그 주제가 진부한 클리셰와 황당한 설정 속에서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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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컨대, 댄스팀으로 모인 이들의 이야기에 집중하기엔 오합지졸의 그들이 하나의 팀원으로 단합하는 과정이나 로기수와 잭슨의 서사가 두드러지지 않아 큰 흥미를 저아내지 못하며, 전쟁의 씁쓸함이라는 주제에 집중하기엔 로기수 형제의 서사를 필두로 중반부 이후 펼쳐지는 상황들이 마치 삐져나온 가시마냥 조화를 이루지 못한 채 튀기만 한다. 그와중에 잭슨 하사를 흑인으로 설정함으로써 로기수와 일종의 동병상련을 느끼게 한 것 역시 지나칠 정도로 편의적으로만 느껴져 영화의 조잡함을 한층 더하고 만다.


그렇게 여러가지 요소가 하나로 어우러지지 못한 채 불쑥불쑥 튀어나오다보니, 결국 <빌리 엘리어트>, <써니>, <고지전>, <웰컴 투 동막골> 등 전혀 다른 독립적인 영화를 연달아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유발하고 만다. 하고 싶은 것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서로 다른 이념 하에 부딪힐 수밖에 없는 전쟁의 씁쓸함이라는 메시지 속에서 그 어떤 소재도, 그 어떤 인물도 제대로 다루지 못한 채 그저 산만하고 조잡하게만 다가오는 작품이었다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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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말했듯 <과속 스캔들>부터 <써니>, <타짜 : 신의 손>에 이르기까지 전작들에서 자신만의 확고한 스타일을 구축한, 개인적으로 가장 신뢰하는 감독 중 한 명이기에 강형철 감독이 오랜만에 내놓은 이 신작은 더더욱 당황스럽고 안타깝기만 하다. 다소 현실적이지 않은 상황마저 매력으로 승화한 전작과 달리 뜬금없고 황당하기만 한 설정들이 연이어 펼쳐지는 것도 참 아쉽기만 한 상황 속에서, 감독이 <위플래쉬>와 <라라랜드>를 꽤나 재밌게 봤다는 것만큼은 감히 유추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나저나 예고편, 너무할 정도로 전혀 다른 영화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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