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루먼 쇼>

예전부터, 여전히, 앞으로도, 최고의 인생영화로 기억될.

by 뭅스타

아마 요즘 누가 다시 묻는다면 대답이 다를지 모르겠지만, 몇 년 전까진 누가 인생영화를 물으면 꼭 여러 영화들과 함께 언급했던 그 영화 <트루먼 쇼>를 재개봉을 통해 오랜만에 다시 관람하였다. 오랜만에 만난, 그리고 스크린으로는 처음 만난 이 영화는 간단히 말해 앞으로도 나의 인생영화 중 하나로 기억될 듯하다.


주인공 트루먼은 아내 메릴과 살아가는 평범한 보험가이다.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성격의 그는 매일 회사와 집, 그리고 친구와 캔맥주 한잔 들이키는 여유가 반복되는 평화로운 나날을 살아간다. 어린 시절의 경험으로 인해 물에 대한 극심한 트라우마가 생겨 멀리 떠나지 못하기도, 대학 시절 만난 첫사랑 여자 실비아를 그리워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트루먼의 삶은 별 탈 없이 순조롭게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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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개봉한 지 20년이 된데다가 오프닝부터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하는 만큼 다시 이야기하자면, 위의 줄거리는 모두 철저히 연출된 거짓이다. 태어날 때부터 방송국에 입양된 트루먼의 삶은 30년동안 전세계에 24시간 내내 송출되고 있었으며 그가 만난 모든 사람들 역시 완벽히 구현된 세트에서 움직이는 배우들일 뿐이다. 그동안 이 사실을 전혀 모른 채 살아온 트루먼은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자신의 삶을 의심하게 되고 '트루먼 쇼'의 제작자 크리스토프는 이 지상천외한 쇼를 유지하기 위해 애를 쓴다.


이 영화가 왜 그토록 마음에 쏙 들었는지 구구절절 이야기하기 전에 일단 이 시나리오 자체가 무척 독특하고 참신하다. 그 전에도, 그리고 이후에도 결코 나올 수 없을 이 영화만의 독창적인 스토리는 오직 이 영화만의 확고한 개성을 부여하며, 이는 영화를 보고 나면 그 누구라도 '혹시 나의 삶도?'라는 의심을 하게 될 만큼 마냥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닌 현실적인 흥미와 공포를 자아낸다.



크게 '트루먼 쇼'의 제작자 크리스토프와 그의 연출대로 살아왔던 트루먼, 두 인물의 이야기처럼 느껴지는 영화는 사이사이에 그 쇼를 지켜보는 시청자들의 이야기도 적지않은 비중으로 다룬다. 관객을 대변하는 인물이기도 한 그들은 트루먼의 행동 하나하나에 열광하고 숨죽여 지켜보기도, 결국 그쇼가 끝난 후엔 별 일 아니라는 듯 쉽게 채널을 돌려버리기도 한다.


자신이 아닌 다른 누군가의 삶을 지켜보고 그 속에 벌어지는 일들에 재미를 느끼는 현대인들의 관음증을 사실적으로 보여주는 이러한 요소는, '만약 나라면 그들과 달랐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들기도 하며, 오늘날에도 제목만 다를 뿐 특별히 차이도 없어보이는 관찰 예능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더더욱 섬뜩하고 씁쓸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한편, 시청자가 영화를 보는 관객이라면 '트루먼 쇼'의 주인공 트루먼 역시 우리가 될 수 있다. 이제껏 경험한 모든 삶이 거짓임을 알게 된 후 떠나는 여정, 그리고 마지막 한마디와 표정으로 뭉클한 감정을 선사하는 트루먼의 영화 이후의 삶은 분명 녹록지만은 않을 것이다.


진짜 세상에 발을 디딘 그에겐 전에 경험하지 못한 험난하고 혹독한 시련들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며, 그렇게 애타게 그리워하던 실비아와의 만남도 실망스럽게 끝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게 크고 작은 시련을 겪으며 더욱 단단해지고 무뎌지는 것이 진짜 세상이기에, 그리고 모두가 그러한 삶을 살아가고 있기에 진짜 세상으로의 첫 발을 내딛게 된 트루먼에게 무한한 응원을 보내게 되며 결국 그 응원은 이 세상을 살아가는 나 자신을 향한 또 한번의 힘찬 다짐으로 돌아온다.


결국 우리 모두는 타인의 삶까지 자신의 마음대로 움직이는 크리스토프도, 온갖 시련에도 끝끝내 목표를 이루기 위해 나아가는 트루먼도, 그 여정을 그저 지켜보기만 하는 시청자도 될 수 있다. 그런 상황에서 영화를 보고 난 지금 당장의 심정에 지나지 않을지라도, 나의 삶은 비록 트루먼처럼 '트루먼 쇼'의 주인공이 될 수는 없어도 그 누구도 아닌 나만의 쇼의 주인공이 될 수 있기를, 그리고 그 쇼를 돌아봤을 때 제법 흥미롭고 만족스러운 쇼로 기억될 수 있기를 바라며 세상으로의 무거운 걸음을 다시 내딛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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